내가 여행하는 방법

일상 속에서

by 기차는 달려가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내게 최적화된 여행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체력과 돈, 시간에 제한이 있으니 좋다는 것을 다 쫓아다닐 수는 없다.

피로를 줄이면서 흥미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여러 곳을 다니기보다

되도록 한 곳에 오래 머무르려 한다.

그곳을 더 알고, 그곳의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을 경험하고 싶다.

체력이 모자라니 짐 들고 자주 이동하기가 힘들다.

한 곳에 머물면서 작은 손가방 하나 들고 가까운 곳으로, 긴 여행 안의 짧은 여행들을 다닌다.

일정을 강, 약으로 조절해 이동과 휴식을 적절하게 배치한다.


장을 봐서 직접 음식을 만든다.

가방 안에 보온병과 차, 과일, 과자, 빵 같은 간식을 늘 싸들고 다닌다.

점심은 가급적 제대로 된 식당에서 그 지역 음식을 먹으려 한다.

비용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더해서 장을 보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짐은 최소화한다.

옷이나 신발은 필수품만 가져가고 필요하면 그때 가서 산다, 는 입장이다.

옷은 날씨와 분위기를 상당히 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생각한 것과 현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대신 먹을 것은 포기 못 한다.

가방에 꾸역꾸역 넣어 간다.


여행지에서는 될 수 있으면 걸어 다니려 한다.

유럽의 오래된 작은 도시들은 관광지 또는 시내 중심부가 크지 않아서

골목골목 걸어 다니면 그 지역을 더 잘 보고 느낄 수 있다.

걷다가 예쁜 카페가 보이면 차를 마시고,

공원 벤치에 앉아 과자를 먹으며 아픈 다리를 쉬게 하고.

난 어디서든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식당을 잘 찾아낸다.


집들이 늘어선 골목에도 들어가 보고,

동네 도서관에도 들른다.

시장에 가서 둘레둘레 쌓인 물건을 구경하며

가격도 물어본다.

그러다 가방에 든 초콜릿을 꺼내 상인과 나눠 먹기도 한다.



규모가 좀 큰 도시에서는 걷기도 하고 버스도 이용하는데.

그곳의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나는,

중심가에서 아무 버스나 타고 창밖 풍경을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중간에 흥미로운 동네가 보이면 내려걸으면서 둘러보고.

런던에서 그렇게 버스 타고 이 동네, 저 동네 배회하다가,

골동품 가게에 들어가 금색의 금속 접시를 하나 사 왔다.

지금도 갖고 있다.



도쿄는 대중교통으로서 버스는 지하철의 보조 수단인지 노선들이 짧았다.

상점들과 주택이 섞여 있는 동네 구경을 막 하려는데 금세 전철역이 종점이라 아쉬웠다.

미국은 워낙 넓은 지역에 사람들이 흩어져 살아서인지,

동부 대도시 지하철 외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웠다.

그래도 드물게 오는 버스 정류장이 보이면 지도를 들고 탔다.

캘리포니아 어느 부자 동네에서는 작은 차로 이리저리 집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경찰차가 따라오고 있더라.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이 상당한 잘 되어있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은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아주 오지만 아니라면 구석구석 하루에 두어 번,

마을버스라도 다닌다.

그런 버스들은 그 동네 어르신들이 이용하시는데,

젊은 사람들이 없기도 하거니와 있더라도 직접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충청도 소도시에서 출발해 다른 소도시까지,

꽤 긴 시골 동네를 빙빙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나지막한 산도 지나고,

바다를 바라보는 작은 마을도 지나는 버스는,

바닷가 관광지를 지나기도 했는데.

관광객들은 자가용을 이용하는지 외부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대부분 도시의 정형외과병원 앞에서 버스에 오른 노인들이 가득 찬 버스에서,

나는 승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어르신들은 자리에 앉으시고 거칠게 운전하는 버스에 이방인만 서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가는데.

고요했지만 모든 승객들의 시선과 귀가 이방인을 향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내릴 때가 되어 앞에 앉아 계신 할머니께 여기서 내리면 됩니까, 여쭈었더니.

침묵한 채 흘끔흘끔 시선만 주시던 승객분들 반쯤은,

예, 예, 여서 내리면 됩니다,

일제히 대답해주시고.

다른 반쯤은 고개를 돌리시며,

또는 귀를 쫑긋쫑긋 무언의 조언에 동참하셨다.

모든 승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은 나는,

노래를 마친 무대 위의 가수라도 된 양,

앞뒤, 좌우로 허리를 굽히며,

감사합니다, 안녕히들 들어가세요,

힘차게 인사를 올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재미있는 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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