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조카가 아기를 낳았다.
병원- 조리원-산후도우미, 과정을 모두 거치고 시간이 흘러 이모할머니인 내가 방문해도 될 만큼 아기가 자라서.
드디어 집에 방문했다.
아기는 쪽잠 시절을 지나 통잠 시기에 들어섰고,
살이 포동포동 오른 아기는 어찌나 천하태평인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토실토실 동그란 발을 예쁘다고 계속 조물거려도,
통통한 볼을 어루만져도,
그러시등가~ 하는 듯 조용히 식사에만 열중하셨다.
산모는 육아휴직 중이고,
아기 아빠도 출산휴가를 쓰는 중이어서 젊은 부모가 함께 아기를 돌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백일 아기의 존재감은 엄청나서,
미니멀하게 깔끔하던 집은 완전 육아 모드로 바뀌어 있었네.
그럼에도 상당히 깨끗하게 정돈이 잘 되어있었는데.
나 온다고 열심히 치워서 정리된 거라고.
아이, 아기 하나 키우는데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하더라.
어른들이 얘기를 해도,
냠냠 짭짭 간식을 먹어도,
이모할머니가 불안하게 안아도,
배부른 아기는 마냥 세상 편한 표정이었는데.
아기 엄마가 아기와 눈을 맞추면서,
"아무개야, 너는 참 행복한 가정에 왔단다"라고 말하더라.
그 표정에서 좋은 가정을 꾸려가는 부부의 자부심.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자신감,
아기에게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다짐이 느껴졌다.
조카 부부는 정말 좋은 친구 사이로,
아무리 칭찬해도 넘치지 않을 만큼 훌륭한 부부다.
그 말을 듣는 나도 자랑스럽더라.
인간은 주변 환경, 사람들과 상호작용 하며 살아간다.
어떤 관계가 이루어지는 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작은 아기는 완전히 생명을 주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상대와 영향을 주고받을 만큼 성장할 때까지 생명은 오로지 양육자의 호의와 책임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인간이 가장 무력한 이 시기에 모두가 믿음직스럽고,
아기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아기를 최대한 보호하는 책임감 있는 선한 부모를 만나면 좋겠는데.
불행하게도 잘못된 자리에 태어나는 생명들이 적지 않다.
양육자가 부족한 환경이면 그 부분을 사회가 보완해야 하는데,
가정 안의 문제는 누가 알기도 어렵고 개입하기도 힘들어
겉으로 봐서는 모를 일이다.
가끔 학대당하다 죽음에 이르는 극단적인 사례가 있고.
그렇지 않아도 잘못된 가정에서 잘못된 가치관으로,
방임 또는 학대 속에서,
또는 심하게 못된 일을 겪으면서 자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대체 어째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