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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로 사는 유의점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거의 평생을 백수이자 집순이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체질도 성향도 딱 집순이라 집에 콕 박혀 살아온 인생에 후회는 없다.

마음이 평화로우니, 그걸로 충분해.

다만 나이가 들어가니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드러나 전국의 집순이, 집돌이들께 고지함.



우리나라 주택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거가 대부분이다 보니 집에 있으면 실내에 주로 머물게 된다.

내 경우, 단독주택에 오래 살았을 때도 마당에 나간 적이 별로 없긴 하지.

구경만 했네.


이제야 시력 문제를 깨닫는다.

원래 시력이 약한 부분도 있지만 집안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먼 거리를 바라볼 일이 별로 없다.

가깝고 먼 곳을 번갈아 보면서 안구가 균형을 잡아가는데 노상 코 앞에만 시선을 두니 눈에 좋을 수가 없지.

길에 나서야 멀리 바라볼 일이 생기는데 말입니다.

나는 책을 읽으니 더구나.

종일 집에 있는 날에는 창밖 풍경이라도 자주 볼 것을 권함.


살이 붙는 문제도 있다.

움직임이 많지 않으니 시간이 갈수록 살이 누적되고

더해서 근육이 소실된다.

살보다 근육 이슈가 더 문제다.

집안에서라도 일거리를 찾아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내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눕지 않는다.

물론 아침에 침대에서 늦게 나오고 밤에는 일찍 이불 속에 들어간다는 건 비밀이 아니지만요,

중요한 건 늘어지지 않는 생활 자세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발딱 일어나서 처리하는 습관.

그러니까 줄곧 집에 있더라도 퍼지지는 말자는 거임.


중간중간 팔다리를 쭉쭉 펴거나, 걷기를 한다거나,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땀을 내는 습관이 필요하다.

나는 지극히 몸 움직이기를 싫어해서 요걸 몰랐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작하는 게 낫다, 싶어 뒤늦게 하는 중인데.

일상적인 운동이 몸에도, 마음에도 좋다는 걸 확실히 알겠다.



나이가 들어보니까 살아온 행적이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쌓인다.

표정으로, 자세로, 언뜻언뜻 비치는 언어로 그 사람의 역사가 드러난다.

아무리 번쩍번쩍 고가품으로 몸을 감싸도,

살아온 시간에 겪은 몸과 마음의 고달픔과,

그 힘듦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자신을 갉아먹고 타인을 원망한 흔적이 차곡차곡 자신 안에 쌓이는 것이다.

인상 사납게 나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잖아요?


대개들 집에 있는 성향은 내향적이면서 체력적으로도 에너지가 적은 편이고.

몸의 에너지가 적으면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수용하고 소화할 수 있는 자극의 양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니까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부정적인 정보에 덜 노출되도록,

사회적으로도, 인간관계에도 미리 조심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좋은 얘기를 듣자.

때로 마음이 표독해지고 울화가 치밀어 오를 수는 있는데,

크게 숨 내쉬고 한 번, 두 번 걸러내어 정화한 뒤에 차분해진 마음으로 자신을, 상황을 되돌아보자.

여과되지 않은 거칠고,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남의 말이나 글은 거르는 편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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