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24일 늦은 오후에 시내에 나갔다.
날을 알아서 나간 게 아니었다.
하루 외출하면 며칠을 쉬어야 하는 체력이라 계속 집에 있었는데.
일기예보 가라사대,
25일부터 급 추워져서 28일에나 추위가 물러간다네.
그럼 그전에 볼 일 봐야지, 단순히 요런 사정으로 서둘러 외출한 거였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나니 날이 어두워졌다.
백화점에 가려고 걸어가는데.
그날 내가 걸었던 구간은 을지로 입구 롯데백화점 본점쯤부터 회현동 쪽 신세계백화점 본점까지.
숱하게 걸었던 절대 길지 않은 거리인데.
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명동 쪽으로는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고,
나는 롯데백화점이 생기기 전 신세계백화점이 익숙한 세대라서,
그저 백화점 문 닫기 전에 도착하기를 바랐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길에 나온 데다,
그중 대다수가 백화점 전면에서 현란하게 돌아가는 연말에 설치하는 특별한 전광판을 보려고 길에 멈춰 선 때문에,
겹겹이 인도를 채운 전봇대 같은 청춘들 사이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힘겹게 전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온 게 얼마만이더라.
더구나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청춘들의 이런 행렬에 낀 게 언제 적인지, 새삼스러웠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건, 새해건, 내가 집에 콕 처박혀있을 뿐이지,
이런 날,
이렇게 이름 붙은 날에는,
내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청춘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고.
그 수많은 인파의 들썩임 속에서 서로 즐거워하고 신나 하는 거였다.
어릴 적 사람들로 이처럼 버글거렸던 명동 거리를,
혹시 놓칠 새라 부모님 손 꼭 잡고,
비슷한 코스를 간신히 걸었던 날이 생각나면서.
거리에 왕왕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의 환청까지 더해,
그날의 흥분이 아스라한 기억 저편에서 떠올라 왔다.
저녁을 먹고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땅히 먹고 싶은 메뉴가 떠오르지 않았고,
지금 식당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어서,
식품 코너를 뱅뱅 돌면서 값비싼 간식 몇 가지를 골라 싸들고 집에 돌아왔음.
어제, 오늘,
하루 반 만에 그걸 다 해치웠다.
입에 단맛이 배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