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편이다.
(막상 만나면 잘 지낸다.)
누구를 만나러 이동하고, 이야깃거리를 찾아내고, 상황에 집중하고.
또 상대방을 탐색하고 오간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놓쳐버린 것들을 되새기는.
사람을 만나는 모든 행위에는 상당한 심신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과의 관계를 거부하거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최소화한다.
그 모자라는 부분은 책에 의존해왔다.
다른 이들의 생각, 느낌, 경험과 지식을 알아내고.
공감받고 싶은 나의 감정과 경험을 책에서 얻을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나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삶의 진실을 알고자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이
진솔하게 토로하는,
인생과 세상에 대한 절절한 이해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은 또 내 상황과 속도에 맞춰서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놓친 것은 다시 찾아보고,
오해한 것은 나중에 이해할 수도 있지.
마음을 쉽게 다치는 나 같은 쫄보에게 적합하다.
금세기에 몇몇 천재가 소통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지금 우리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발신하는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다.
동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저렴한 비용과 어렵지 않은 동작을 통해서.
자기 자리에서 다른 이들의 감정과 생각, 경험을 읽고, 보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가상공간이었던 인터넷은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랜선은 생활의 중요한 수단으로,
다른 방식에 비해 상당히 평등한 편으로 보인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는 음악, 여행, 나무와 풀을 다루는 내용들이다.
음악을 소개하는 어떤 분이 있는데,
같은 곡을 다른 연주자들, 다른 악기의 연주까지 한꺼번에 소개한다.
동일한 곡조와 리듬의 음악이 어떻게 미묘하게 다른 음색과 감수성으로 표현되는지.
그분이 소개하는 연주들을 찾아다니면서 참 즐거웠다.
하지만 고맙다, 인사할 자격도 없는 눈팅족이라 고마운 마음은 표시할 수 없었다.
또 팬데믹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코로나 19의 진행과 그 대응을,
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전하는 우리나라 분들이 있다.
고맙고 고맙다.
한편으로는 우리 세대가 그렇게 목말라하던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와 세계화의 성취를 보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있다.
지금까지 내게 있어서 인터넷은,
책에 대한 보완재의 지위를 갖는다.
종이 책이 갖는 절대적인 의미가 있다.
내가 보기에 책은 훨씬 공 들이고, 정제되고, 여과된 최종적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속도라면 인터넷이 종이 책을 대체할 수도,
책을 뛰어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
책에서보다 월등하게 많은 '아무 말 잔치'와 '아님 말고'를 극복한다면 말이지.
인터넷에 공들여서 좋은 자료를 올려주시는 분들,
참 고맙습니다.
어떤 이익도 없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면서 귀한 재능과 공부를 나누시니,
꼭 복 받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