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남산이 있다.
그런데 남산이 서울에만 있는 건 아니더라.
도시 남쪽에 있는 산을 남산이라 부르는 도시가 꽤 있다.
그중에서 경주의 남산에서는 꼭 며칠 머무르고 싶다.
산 곳곳에 놓인 불상마다 찾아다니고 싶다.
생김새도, 자세도, 놓인 곳도, 임무도 제각각인 부처님들을 일일이 찾아서,
절을 하고, 기도를 올리는 일도 꽤 괜찮을 것 같다.
납작하게 엎드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싹싹 빌면.
그래, 빙그레 웃으시며
살아오면서 잘못한 저의 허물을 다 용서해주시렴니까?
숲길을 걷는다.
제법 울창한 숲이다.
길은 넓고 포장이 잘 된, 지나치게 안전한 길이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지나간다.
새들이 지저귀고,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스치며, 실개천이 조르르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나는 마스크 사이로 흐릿한 풀내음을 느끼면서 좋아, 아, 정말 좋아.
그렇게 뿌듯해져서는 가볍게 걸음을 옮긴다.
서울의 남산은 지금 남산공원이다.
산 언저리를 쭉 둘러 둘레길을 만들었다.
가파른 길과 계단을 통해 산 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산 아래 저잣거리로 통하는 출입구도 많다.
어디서나 안전하고 편하게 남산에 들 수 있도록 마음을 많이 썼다.
길들은 꼼꼼하게 정리되고 손질되었으며 잘 관리되고 있다.
걷기에 편하다.
몸에 무리가 덜 가게끔,
힘들면 언제든 쉴 수 있게끔.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그늘을 지나면 볕이 들고,
계곡을 지날 때는 서늘한 냉기가 스몄다.
눈도 호강이다.
조경이 참 좋다.
굵은 나무들과 계절에 따른 꽃들의 조화가 자연스러우면서 아름답다.
큼직큼직하면서도 오밀조밀.
나무와 풀과 꽃은 어울리고 기대면서 정답기도 하더군.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은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불과 한 세대 전의 황량했던 서울을 떠올리며
이건 우리 세대가 이뤄낸 거야!
덩달아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아무 보탠 것도 없으면서 말이지.
서울 한가운데,
높지도 그리 험하지도 않으면서.
푸른 숲을 간직한 남산이 있어 정말 고맙다.
언저리는 제각각 건물들이 땅을 파먹고.
꼭대기까지 높다란 철 구조물과 케이블카를 매달고.
여러 개의 터널과 이쪽저쪽 사방으로 길을 내어 기슭까지 산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 지독한 아픔을 품고 산은 늠름하게 서울의 한가운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일 찾아오는 그 많은 사람들을 받아주면서,
위로하고 안식을 준다.
고맙고 또 고마워,
아름다운 남산.
우리도 조심조심 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