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여러 풍파를 겪는다.
그때마다 자지러질 듯, 지치지도 않는지 감정적으로 심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어떤 어려움에도, 크게 기뻐할 만한 일에도.
큰 동요 없이 대체로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드러내는 감정의 폭이 꼭 그 사안에 대한 나의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극에 대한 예민함과 이를 표현하는 감정의 진폭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에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감정이 어떤 상황에 반응하는 그 사람의 진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건 아니다.
평소 생활과 이성적 판단으로 형성된 가치관,
심리적인 우월감과 열등감.
정신적인 강인함의 정도와 타고난 성향, 욕망과 필요, 나름의 이해관계 등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밖으로 표현되는 감정의 진폭이다.
자극과 반응이라는, 짧은 시간의 복잡한 과정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지...
그래서 감정이 널을 뛰면 에너지 소비가 많다.
담담하고 평온한, 기복이 적은 감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더해서 나중에 후회할 일을 덜 만들기도 한다.
또 감정이 늘 옳은 것도 아니다.
사안과 감정이라는 반응 사이에 아주 복잡하고 뒤엉킨 요인들이 많으니.
엉겁결에 감정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는,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사안을 왜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어떤 일에 먼저 화를 내버렸기 때문에 그 일은 나쁜 거다,
네가 내게 잘못한 거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자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나는 무조건 정당해, 네 탓이야! 그렇게.
감정이 요동쳤던 젊은 시절을 지나,
이제는 희로애락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감각이나 감정이 나를 휘젓게 두지 않는다.
대체로 담담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표현되는 감정이 담담하다 해서 내 감각이 무딘 것은 아니고.
내 안에서 감정의 파도가 들고나기는 하지만.
이제 나는 감정이 단순히 어떤 사안의 정직한 표현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내면의 누적된 좋고 나쁜 여러 경험과 심리가 복잡하게 뒤엉킨 내면의 반응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사안에 즉각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수용하고 분석하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렇다고 내 감정을 억누르는 건 아니다.
찬찬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노라면,
차츰차츰 흥분은 가라앉는다.
세상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내 인생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은 일단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나의 존재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
묵묵히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인생의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이라는 강물은 유유히 나를 지나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