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상 속에서

by 기차는 달려가고

몸을 잘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집안일은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해치운다.

어머니가 늘 음식 만드는 틈틈이 설거지를 하라고 가르치셔서,

빠릿빠릿하지는 못하지만 일을 쌓아두진 않는다.


몸보다는 머리 쓰는 편을 선호해서 일거리가 생기면 몸으로 덤비기 전에

상황을 파악하고 전략을 짜고 순서를 정하느라 시간을 쓴다.

일에 닥치면 머리보다 몸이 재깍 반응하는 사람이 볼 때는

내가 꼼지락거리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겠지.

아닌데여,

머릿속에서는 벌써 부웅~ 시동 걸었거든요.



유일하게 좋아해서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걷기가 있다.

어릴 때부터

다리가 길어서 성큼성큼 걷는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녀서인지,

걸음은 빠르다.

나의 건강을 이나마라도 지켜주는 유일한 몸놀림.


한때는 기계의 힘을 빌어 실내에서 걷기도 해 봤지만,

그건 내 취향이 정말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움직임은 단순히 걷는 동작이 아니고,

시각과 느낌이 동시에 진행되는 '걸어 다니는 행위'를 좋아하는 거였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숲길에서도, 강가를 따라 걷는 것도 좋다.

마음이 잘 맞는 누구와 함께 걷는 것도 좋지만.

혼자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구경하면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한참 걷다 보면 들끓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꽉 막혀있던 머릿속이 말갛게 비워지는 기적은 덤.


여행을 가면 일단 걷는다.

걸으면서 주변 지리도 파악하고 집들도, 가게들도, 지나는 사람들도 살펴본다.

즉, 일차 시각 자료 축적.

그렇게 모인 자료들을 토대로 장소에 대한 이해를 시작한다.



체력을 좀 끌어올리기 위해 가급적 매일 걸으려 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구경하느라 좀 길게 걷고 나면 몸이 너무 지쳐서 며칠은 밖에 나가지를 못한다.

요 며칠 그런 상황이다.

근육들은 당기고 에너지는 바닥이다.

계속 앉아서 줄줄 먹고만 있다.


체력이 떨어져 있으면 무엇에 집중도 잘 안 된다.

끙.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들을 옆에 쌓아두고는 앉았다, 누웠다, 왔다 갔다.


참으로 산만하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주도 바닷가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