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은 지금 뭘 할까?

일상 속에서

by 기차는 달려가고

지난 몇 년 아픈 어머니 곁에 붙어 있느라 거리에 나가서 돌아다니질 못했었다.

집에서 어머니 곁에만 있다가.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거나,

집을 뛰쳐나가 마트에 들어가 당장 필요한 무얼 얼른 사서는 집으로 달려 돌아왔었다.


올해는 몇 년 만에 틈틈이 거리에 나가 무작정 걸어 다녀본다.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진 부분도 있고.

여전한 측면도 있다.



강남 쪽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서울 성곽 안쪽 지역에는 새로 지어져 번쩍이는 고층건물이 여럿이더라.

그래서 거리 자체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게 보였다.


코로나 19 때문일 텐데,

사람들이 몰려들던 거리들이 매우 한산하다.

명동, 삼청동에서는 정말 놀랐고.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사람들이 강물처럼 흘러 다니던 몇몇 곳들이,

썰렁한 바람이 불고 가게들이 비어있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

코로나 19 가 종식된다 해도 다시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가지는 못하겠구나.

언젠가 경기는 회복되겠지만,

그때의 성황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겠지.

지금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것들이 물론 더 많았다.

내가 어리숙해 보이는지,

(×, 다들 "그렇게 보이기는 커녕"이라는데?)

둘씩 짝지어 거리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이 내게 말을 잘 붙인다.

그분들 안목이 놀라운 게.

수십 년 전, 그분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그분들 작업에 홀랑 넘어가서 길거리에서 한참 얘기를 들어준 적이 있었다.

참 나.


그 뒤에 남녀 작업팀에 또 잡혔었는데 몰골이 어찌나 지쳐 보이던지.

길고 험난한 은행과의 소송으로 나도 힘들고,

멘털이 아주 바사삭할 때였는데.

나도 딱하지만 이 사람들은 당장 더 딱해 보이는구나, 싶어서.

없는 돈에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으로 데리고 들어가

먹을 것을 사주고 나온 적이 있었다.

얘기는 못 들어 드려요, 간단하게 식사나 하세요, 하고서.

배가 고팠었는지 정말 잘 드시더군.


이번에도 두 여자분들이 나를 점찍어서 활짝 웃는 표정으로 자꾸 따라오면서 말을 붙이는데.

오직 무표정과 뚜벅뚜벅 발걸음, 그리고 침묵으로 응대했다.



여전하면서 더 심해진 것도 있었다.

서울역, 시청 부근에서 본인은 '전도'라고 우기겠지만,

사실상 타인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분들이 더 많아지고.

그 강도도 더 세진 것 같았다.

아우, 언제 지나가도 사람만 바뀌지,

언행은 비슷하다.

귀청 떨어지는 스피커 소리,

정말 싫어욧!


더 놀라운 것은

'탄핵 무효, 취소하라'라든가.

'4.15 부정선거' 같은 글귀들이 시내 곳곳에,

아무 데나 붉은 페인트로 개발새발 쓰여 있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을 페인팅 한 자동차들.

광화문 주변에서 확성기 들고 악을 쓰는 무리들.

휴, 이건 완전 편집증이다.



예전에 '백골단'이라고 있었다.

대학생들 집회 현장, 재개발 지역 철거 현장에.

정규직인 경찰보다 먼저 들어가서 몽둥이를 마구 휘둘러 집회 인윈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맡았었다.

연령은 20대 초반쯤.

그들 사이의 유행인지 매우 불량스러운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의 흑역사.


그들의 행태는 한국전쟁 끝나고 오갈 데 없는 피난민 출신 청소년들을 조직한 '서북 청년단'을 연상시켰다.

당장의 밥과 약간의 금액을 제공하면서,

마음속 분노와 울화를 더 키워서는.

그 분노를 배출할 상대를 지목해서.

그렇게 권력의 꼭두각시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내게는 둘이 비슷하게 보인다.



젊은 시절을 인가받은 폭력으로 보내고.

권력이 그들에게서 떠나갔을 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지금 5,60대가 되었을 텐데.

자신들이 젊어서 했던 일들이 잘못이었다고 후회할 수 있을까?


글쎄.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누군가가 비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히려 적반하장,

내 행동이 옳고, 너희들이 틀렸다.

그때 누군가의 지도에 따라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폭력의 논리를,

지금 더 크게 우기고 있지 않을까?


더구나 청부받은 폭력을 휘두르면서 입은 내상으로,

그들의 내면 또한 갈기갈기 찢어져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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