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관한 짧은 상념

일상 속에서

by 기차는 달려가고

집이 절실한 계절이 왔다.

추위에서 우리를 감싸줄 거처가 반드시 필요한 겨울이 오고 있다.


땅을 파고 들어가는 재주도,

동굴에서 생활하던 아득한 시절도 다 잊어버리고.

수확의 가을에 잔뜩 먹어 몸에 지방을 쌓아서는 깊은 겨울잠에 들어가는 곰의 재주도 익히지 못한 나약한 인간은.

추위와 바람에서 막아줄 튼튼한 집이 꼭 있어야 한다.

사방을 둘러싼 벽이 있고, 천장이 있고, 방바닥을 데우는 난방이 있는 집이.



인터넷에서 누가 올려준 아파트의 배관도와 배선 도면을 본 적이 있었다.

침대는 과학이라더니,

이제 '주택은 기계'라 부를 만큼 많은 관과 선이 주택 안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막상 실상을 확인하니 놀라웠다.

이 정도였구나.


내가 경험한 범위 안에서는,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주택들이 세계에서 거의 최상급으로 현대적인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미국의 대도시에서도, 서유럽의 대도시들에서도.

물론 첨단의 시설을 갖춘 빼어난 디자인의 신식 주택들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깨끗하게 수리되고 보존은 되었지만,

아주 오래된 주택에서 일부만 현대적인 편의 시설을 채용해서 살아간다.


수전은 지극히 단순한 기능만.

난방은 라디에이터로.

방마다 부분 난방을 사용하는 나라가 여전히 더 많다고 본다.

미국 동부 대도시를 살짝 벗어나 있던,

대지는 수천 평에 이르는 커다란 주택에서.

낭만이 아니라 절실한 실용으로

집주인이 직접 나무장작을 패서 주물 난로에 불을 때는 집을 보았다.

지극히 중산층 가정이었다.

우리나라처럼 방바닥 온돌은 거의 없음.

더구나 주택 전체의 냉방시설까지 선택사양으로 고를 수 있고.

대리석으로 장식된 집이라니!

가격에 비해 면적이 좁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 우리 형편에 모두가 편리한 위치에 있는 좋은 집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는 안전하고 따듯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계를 위해 도시에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스스로 집 지을 흙을 구할 데가 있나.

장작을 패러 갈 산이 있나.

또 땅이 있어야 판잣집이라도 짓겠지.


산과 들에서 먹을 것을 채취할 수도 없고.

흙을 이개고 풀을 얹어 초가집을 지을 수도 없는 현대 도시 생활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기본적인 수준의 의, 식, 주는 보장되어야 한다.

인간의 생존권을 투기의 수단으로 삼아 쉽게 돈 벌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이 자꾸 고급화되어 가격을 올리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기호와 비용에 따라 각자 고급의 장치를 선택할 수도 있고.

기본적인 기능만 튼튼한 집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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