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바라보는 네 계절, 봄
마음에 남긴 풍경들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바뀌지 않는다.
설날도, 입춘도 보내고
드디어! 삼월이 왔건만.
도시 아파트 화단에는 때늦은 추위에도 달덩이 같은 목련이 피어나고.
풀밭에는 자잘한 노란 꽃들이 보일 듯 말 듯 올라오고 있는데.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긴 겨울에 시달린 풀들은 여전히 말라 있고.
헐벗은 나무들은 메마른 갈색.
기차역을 오가는 젊은 여자들은 훨씬 가벼워지고 밝은 색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그 뺨은 차가운 공기에 붉어있는데 말이지.
농부는 부지런히 땅을 갈아엎었다.
과수원 나무들은 말끔하게 가지치기가 되어 있다.
산에서 내려온 강물도 세차게 들판을 흘러가지.
그 황폐한 풍경 속 기차가 달려가는 저 멀리 아른아른 아지랑이가 어리나, 싶더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기찻길 저편.
검고 마른 나무 줄기에 연한 분홍빛 매화꽃이, 작은 노란빛 산수유가 피어나는구나.
아직 북풍에 흔들리는 섬세한 꽃들은 가녀리고 엷어서,
겨울에 흘러들어온 봄볕이 메마른 나뭇가지 위에 슬쩍 걸터앉은 듯하다.
볕은 하루하루 따가워지고 바람은 부드러워지는데.
봄은 온 듯 안 온 듯.
그러다 어느 날, 대지의 풍경이 일순간에 바뀐다.
노란 개나리, 진분홍 진달래가 활짝 활짝 피어난다.
산천이 화사해진다.
곧 연초록 이파리들이 아가 손가락처럼 삐죽삐죽 솟아오르지.
검은 줄기에 달려있던 움이 일단 트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계절은 달리기를 한다.
풍경은 나날이 급속하게 바뀌어갔다.
마치 아이들이 자라나듯, 봄은 쑥쑥 커간다.
갖가지 빛깔과 모양의 꽃들은 피고, 지고.
물오른 나뭇가지에 연푸른 이파리들이 나오나 싶으면 봄은 금세 쭉쭉 자라난다.
햇빛과 물, 든든한 대지- 이것만 있으면.
연하고 투명한 푸른 이파리들은 참새 혓바닥만 하다가,
나날이 크기는 커지고 빛깔이 짙어진다.
곧 나무는 푸른 이파리들로 가득 덮여 풍성해졌다.
대지에는 파랗게 풀들이 올라온다.
봄이라고,
모든 생명들이 깨어나 몸을 일으킨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맞는 찬란한 봄은 누구에게나 기쁜 소식이다.
특히 혹독한 인생의 시련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감격이 된다.
더 이상 춥지 않아도 된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더불어.
모든 것이 죽은 듯, 끝난 듯, 황량하고 힘들 뿐인 내 인생에도,
이렇게 다시 활짝 피어나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봄이 올 수 올 수 있을까.
조심조심 희망을 가지게 된다.
봄이다.
봄이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