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13. 2020

평생 무언가를 추구한다.

활자로 만난 인물들

[파브르 곤충기] 완역본,



대개들 어릴 때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파브르 곤충기] 요약본을 읽었을 것이다.

원래 [파브르 곤충기]는 열 권인데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완역본이 없다가,

몇 년 전에 완역되어 나는 그 열 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 공공도서관이 닫혀서 책을 빌리기도 어렵고,

읽을 때 했을 메모도 찾을 수가 .

그래서 가물가물한 기억에 의존한다.

혹시 착오가 있을지도.



책의 내용은 물론 파브르가 연구한 곤충에 관한 이었는데,

마치 친근하게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술술, 책을 싫증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그동안 무서워만 했던 곤충에 관해 다소라도 알게 되어 좋았다.

그 작은 벌레들도 살아가는 동안 생명의 몫을 얼마나 열심히 해내던지.

징그럽던 모습조차 이쁘게 보일 정도.


더해서 파브르라는 사람의 삶에서 배운 점이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낮에는 노동을 하며 밤에 힘들게 공부해 교사가 될 수 있었던 파브르.

그러나 박봉에 자녀들을 키워야 했으니 퍽 쪼들리는 생활이었다.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었지만.

연구 기자재를 살 수도, 연구실을 마련할 수도 없었던 가난한 파브르는,

생활 범 있는 곤충을 평생에 걸쳐 관찰하고 연구했다.

그래서 파브르 가족에게 있어 곤충 연구란  놀이처럼 또는 아버지를 돕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는데.

그것은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아버지 연구에 관심을 갖고 돕는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너덧 살 손녀에게 개미들이 움직이는 지켜보고 알려달라, 부탁하니까.

이 영리한 꼬마는 개미떼가 졸졸 움직인 경로에 작은 돌들을 두어서,

개미들의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다든가.

다른 지역으로 시집간 딸은 아버지가 좋아하시겠다고,

벌레들이 땅 속에 파놓은 미로와 벌레 종족이 들어있는 흙더미를 통째로 파서는 우편으로 보낸다든지.

아들들은 기꺼이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삽을 들고 나서고.

순번을 정해 하루 스물네 시간 번갈아 곤충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파브르의 연구 성과는 교직에 있을 때 알려졌지만,

파브르가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한 시점은 은퇴한 뒤였다.

50대 중후반부터 출판되기 시작한 '곤충기'는,

이후 30년에 걸쳐 열 권의 책으로 발표된다.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의 황혼기에,

어떤 보상도 없었지만 평생, 홀로, 꾸준히 추구한 것의 성과를 얻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인문학 분야에서는 젊은 날의 번뜩하는 천재성만이 아니라,

확실한 결실을 얻기까지는 반복되는 연구와 경험이 축적될 만큼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한편 파브르가 살아갔던 시대는 관찰하고, 다른 이들의 연구 성과가 담긴 책을 읽으면서 혼자 과학 연구가 가능했던 시절이었나 보다.

비슷한 시기 영국의 찰스 다윈도 (대단한 부자였지만) 집에서 혼자 연구하면서 다른 과학적 성과들을 대조, 종합하여 과학의 신기원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 과학 연구라 하면 실험실에서,

고도의 발전된 기자재를 가지고,

여러 연구자가 협력해야 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식과 정보를 얻기 쉬워진 부분도 있다.

아직 개척할 수 있는 틈새가 남아 있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학벌이라는 건 사실 '타이틀'이나 일종의 신분증이고.

학교의 명성이 내용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닌데.

코로나 19 사태로 학교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당장 보상이 없더라도 평생이라는 긴 시간의 단위에서,

꾸준하게 추구할 무언가를 찾아보자.

살아서 결과물을 내지 못하더라도 노력을 기울여 추구해가과정에서 혼자 느끼는 기쁨이 있을 것이며.

운명이 허락한다면 인생 느지막이,

드디어 결과물얻어내 성과가 있을 수도 있다.


자, 시작합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속에서만 떠돌던 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