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준비

일상 속에서

by 기차는 달려가고

겨울을 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일은 아주 어릴 때의 기억으로 남았다.

내가 자란 뒤에, 더구나 내가 살림을 맡은 뒤로는 어머니와 김치 몇 포기 담을 뿐 김장이라고 할 것도 없었으니.

겨울이 온다고 따로 무엇을 준비한 일이 없다.

새로 롱 패딩을 구입하고, 베란다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고.

난방비를 미리 염려하는 정도?


이번에 특별한 한파가 오면서 추운 며칠 외출하지 않도록 미리 식량을 준비했다.

건강이 좋지 않으니 몇 번에 걸쳐 조금씩 사들였는데.

장바구니를 들고 오면서 내가 추위를 대비한 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살짝 감회가 들려고 했다.



어젯밤 내내 인터넷에서는 사람들이 눈이 오는 현장을 중계하더라.

도로에 눈이 쌓여 길이 막히고 교통이 정체되어 많은 사람들이 퇴근길에 고생을 했다.

오늘도 추운 출근길이 힘들고 택배와 배달은 마비라지.


음, 그런데 대설과 추위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슬쩍 흥분한 기색이 느껴진다.

어젯밤, 두툼한 옷으로 중무장한 아이들은 하얗게 쌓인 눈 속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탔다.

얼마나 신났을까.

추위와 흥분으로 볼이 빨개져서는 눈밭에서 마냥 뒹굴고 있을 뒤뚱뒤뚱 아이들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들 손을 잡아주고 사진을 찍어주던 부모도 같이 신나서 팔짝팔짝 눈 속을 뛰어다니고.

손에는 틀을 들고 오리와 하트를 찍어낸다. 요새는 둥근 눈사람 대신 코가 뾰족한 울라프라지?

금손들이 얼마나 많은지, 손으로 만들어낸 울라프들을 사진으로 보니 정말 근사하더라.

놀랍구나.



길고 긴 여름에는 어지간한 아열대 기후보다 더 더운 날들이 있고.

더 길고 긴 겨울에는 시베리아만큼이나 춥고 매서운 날씨가 있다.

여름에는 냉방 비용이, 겨울에는 난방 비용이 부담스럽지.

게다가 장마철 비옷과 장화, 냉방 도구들.

겨울에는 여러 개의 외투들과 패딩 류, 털신, 부츠에.

전기요, 온풍기 같은 각종 난방 기구들이 필요하다.

네 계절 기온과 바람과 비와 눈을 대비한 옷과 신발, 도구들을 보관할 장소도 있어야 하지.

미니멀을 어렵게 하는 생활 조건.

상하수도, 난방 장치에도 계절마다 심한 날씨 차이는 과부하가 걸린다.

뚜렷한 네 계절은 현대 생활에 불편함을 더하고 지출을 증가시킨다.

투덜투덜...


추워서 꼼짝 못 하고 계속 먹기만 하는데.

음,

이렇게 변화가 많은 날씨에서 살아가려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적응력이 있으며.

두뇌 회전이 빠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하시는 행정 당국분들, 수고하십니다.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추위를 나고 있답니다.



그래도 가끔 춥고 눈이 쌓이는 이런 날들이 있어서 생활이 지루하지 않고 긴장하며.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코로나 19 팬데믹에 외부 사람들 만나는 상황도 줄일 수 있고 말이지.


즐깁시다.

여름 무더위에 시달려서 파김치가 되면 이 겨울이 쪼끔, 아주 쬐끔은 그리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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