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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an 28. 2021

베아트릭스가 남긴 것

활자로 만난 인물들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수전 데니어 지음, 강수정 옮김, 갈라파고스



'베아트릭스 포터'라면 갸우뚱하는 사람도‘피터 래빗 알 것이다

귀가 쫑긋한 토끼 말이지.


베아트릭스 포터는

186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943년 영국 랭카셔 니어 소리에서 사망한 그림동화 작가이다.

"벤자민 버니 이야기"라든가, "제미마 퍼들 덕 이야기 "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와 그림들을 그리고 썼다

작가의 작품들은 영화, 만화영화, 형극 등으 전히 전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은 옷과 그릇 같은 각종 생활용품으로, 카드로 장난감으로 인형으로 만들어진다.

이 책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은 작가의  일생을 소개하면서 그의 그림들도 담고 있지만.

풍부한 사진으로 작가와 작가가 사랑했던 작가의 환경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책에서 작가가 사랑했던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 지역의 아름다운 풍과 작가가 공들여 꾸려갔던 농장.

작가가 오랫동안 가꾼 집과 작가의 동화 그림들을 보면서 술렁술렁 페이지 넘즐거운 기분이 된



작가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이를 세세히 그림으로 그렸다고 한다.

작가의 가족들은 봄과 가을이면 시골에 사는 친척집과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오래 머물곤 했었는데,

어린 소녀는 그때 풍경과 집과 가구들,     

자라나는 풀들과 기르는 동물들과 꿈틀거리는 벌레들.     

마주친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인상,     

이런 모든 것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그림으로 그려다.

이를테면 “돌화덕과 수프를 끓이는 커다란 솥이 있는 식기용 선반, 신기한 굴뚝의 꼬치 돌리개, 굴뚝만큼 까만 말썽꾸러기 갈까마귀, 리넨실의 문은 생뚱맞게 벽널 사이로 열리고, 회반죽을 칠한 천장에는 반사된 햇볕이 너울거린다.” (14-15쪽)

친할아버지네 집 부엌의 기억다.        


작가의 재능은 주변에 널리 알려졌고 인정을 받았지만.

정식 작가로 데뷔하는 일은 쉽지 않았던가 보다.

이십 대 후반쯤에 작가는 예전에 자신을 가르쳤던 가정교사의 어린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애완용 토끼를 그린 수채화 그림들에 짧은 이야기를 덧붙인  편지를 보낸다.     

이 그림 편지는 그 집 다섯 아이들과 계속되었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적극적으로 격려했지만.

받아주는 출판사는 없어서 작가는 ‘피터 래빗 이야기’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동화 250부를 자비 출판한다.

 책이 호평을 받으면서  1902년에 출판사에서 색을 넣어 그림동화책을 발간하고 크게 성공했다고 한다.  



작가는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림동화 작가로 이름을 얻은 뒤에도 작가는 런던의 부모님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만,     

오래된 공간들, 잘 가꾼 시골 생활에 대한 강렬한 동경, “완벽한 일체”가 주는 충만감과 만족감 (17쪽)을 오랫동안 추구했던 작가는,    

1905년 자신이 좋아하는 잉글랜드 북부 랭카셔 니어 소리 지역에 17세기에 지어진 ‘힐 탑’이라는 이름을 가진 농장을 구입다.     

이후 8년 동안 작가는 런던과 니어 소리의 먼 길을 오가며 힐 탑 농장을 ‘자기 자신을 위해 꾸민 성지’로 가꾸어간다.

    

집 꾸미는데 작가의 길잡이가 된 것은 그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아름다운 장소들의 기억과 자신이 지지하는 ‘미술공예 운동’이라는 당대의 철학적, 예술적 사조였다.     

현지 장인들이 현지에서 자란 나무로 투박하게 만든 오래된 가구와 직접 자수 놓은 장식물로 수수하게 방을 꾸미고,     

다정스럽고 소박한 꽃들, 건강한 채소 (150쪽)와 과실나무들이 있는 채마밭과 뜰을 가다.     

소작인을 두어 농사도 지어서, 자신이 꿈꾸어 온 목가적이고 단순한 삶이 실현되는 공간을 이루어냈다.




런던과 니어 소리를 오가던 이 시기는 작품 활동이 가장 왕성하던 시기이다.     

저자는 작가가 ‘힐 탑’ 농장과 마을에서 영감을 얻거나 그 동네 사람들과 이웃집들에서 발상을 얻은 동화의 부분들을 일일이 자료를 첨부하며 설명다.     

마을 사람들의 사연, 골목과 집들과 아름다운 풍경들...     

동화 속 그림들이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가공의 것들이 아니라.   

골목길에서 볕을 쬐던 동네 고양이들이었으며, 왈왈 짖던 이웃집 개이고, 작가가 직접 쓰다듬어 키워낸 동물들이었으며.

아침에 바라보았던 산이고, 걸었던 골목들이며, 입었던 옷들이고, 사용되었던 가구들이었으며, 동네 사람들이 살아가던 방들이었다

길가에 피어난 패랭이꽃과 팬지와 물망초, 원추리 같은 꽃들이 화사다.     

주인공인 돼지들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몇 달을 축축한 돼지우리에 들어갔다니,

작가의 위대함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1913년, 작가는 자연에 대한 뜻을 같이 하며 법적 업무를 돌봐주었던 지역 변호사와 결혼하여 지역에 정착했고.

이후 30년 동안 작가는 작품보다는 농부라는 직분에 더 치중다.    

이 지역에는 허드윅 양이라는 고유한 양의 품종이 있었는데,     

식육 업계의 수요 변화에 맞추어 업자들은 품종의 개량을 시도했다.     

또 19세기 말부터 영국은 소득 증가와 교통 발전으로 관광 산업이 급팽창하여서.

아름다운 이 지역에는 그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위협하는 상업화와 현대화라는 위기가 닥친다.     

작가는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지역의 고유한 풍광과 문화를 지켜내기 위해     

허드윅 양의 고유성을 지키도록 직접 허드윅 양을 기르고 목장을 구입하면서 허드윅 양을 보존하는 사업에 뛰어들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인근의 경관 좋은 땅과 농장들이 외지인들의 난개발 망가지지 않도록,     

인세 수입을 탈탈 털고 동화 그림의 원화까지 팔아가면서 매물을 구입다.     


중년 이후 작가의 사진을 보면 단벌의 옷에 농부들이 일할 때나 신는 나막신을 신고 있다.

부부는 생전과 사후 여러 채의 주택과 농장, 넓은 땅 등 막대한 재산을 모두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했고,     

이러한 노력으로 이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과 지역적 특성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독특한 지역문화와 천연 그대로의 풍광을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지역이 바로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의 일부분이다.  



작가 생전에 양 떼와 들꽃, 노래하는 개울을 벗 삼아 한없이 걷곤 했던 곳.    

유튜브로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찾아보고.

책을 다시 읽으면서.

결코 뭇사람들은 따라갈 수 없는 이 대단한 인물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지극히 소소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비록 한 발자국밖에는 못 따라갈지라도,

위대한 삶을 보면서 우리는,

늘 갈팡질팡 흔들리는 우리 마음이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흐느적흐느적 살아가면 어때, 하는 반항심이 솟다가도

이렇게 공들이며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사사로운 이익을 넘어서,

보다 옳고 보다 나은 것에 맹렬했던 한 인간의 자취를 알게 됨으로써

우리는 찾아갈 방향을 잡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단속하면서 옳은 방향으로 한 발이라도 내디딜 용기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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