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추위로 텍사스에 전기가 중단되는 상황을 보면서.
현대 도시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물, 전기, 가스, 식량 모두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공급만이 아니라 쓰레기 처리와 하수 배출 같은 거대한 도시 생활의 뒤처리도 사실상 외부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이 중 어느 것이라도 기능이 중단되면 도시는 쉽게 아수라장이 되겠지.
그렇다고 시간을 거슬러 지금과 같은 편의시설 없이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대로 우리는 쭉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자연인이 있지만.
서구에도 만만치 않게 전적으로 또는 여가용으로 자연 속에 들어가 스스로 집을 짓고 생활하는 분들이 꽤 있더라.
통나무나 돌로 집을 짓고,
작은 텃밭을 가꾸기도 한다.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장작불로 굽지.
어떤 사람들은 또 도시 외곽에 땅을 빌려서 버스를 개조하거나 폐자재를 이용해,
또는 나무 널판으로 작은 집을 짓고 살아간다.
전기, 가스, 상하수도 시설은 설치하지 않은 off grid 주택들이다.
내가 이런 집을 지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하지만,
종종 상상은 한다.
재미가 뿜뿜해^^
전기는 태양광이나 발전기를 쓰는 경우를 보았고.
아예 전기를 쓰지 않아 조명은 촛불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흠, 나도 이건 할 수 있겠는걸.
연료는 난로에 장작을 때는 경우가 많았고 LPG 가스를 사용하기도 하더군.
장작난로, 좋지.
오두막 외벽을 둘러싼 장작더미는 보기만 해도 뿌듯.
그런데 물,
물이 문제다.
가까이에 샘이 솟거나 상수도에서 물을 길어올 수 있으면,
물통에 담아온 물을 모터로 끌어올려 실내에서 사용하기도 하고,
물탱크를 설치하기도 한다.
어느 방법이든 물을 직접 가져와야 하니까,
생활이 쉽지 않겠더라.
이건 곤란한데.
인류가 도시를 형성한 시작부터 물은 도시 위치를 결정하는데 필수요건이었다.
물은 인간 생존에 절대적이며 물자 운송에도, 건축에도, 농사에도 필요하다.
현대인은 먹는 것 말고도 매일 몸을 씻는데 물을 더 많이 소비한다.
청소와 세탁.
화장실 용 소비는 그보다도 더 많겠지.
고층건물로 이루어진 현대 도시에서 물을 이용하는 데는 전기의 도움은 필수다.
모터로 물을 고층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사람들과 물자는 전기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층으로 이동한다.
조명이 없으면 실내생활이 불가능하다.
환기, 에어컨, 보안 장치...
전기로 움직이는 수많은 기계 장치에 둘러싸여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스의 경우.
난방은 어쩔 것이며.
가정에서 조리에는 전기레인지를 쓴다 하더라도,
거리에 줄지은 음식점에서는 가스로 강한 화력을 내는 조리가 필요하지.
오,
이것들이 하루라도 멈춘다면!
만약 내가 직접 집을 지을 수 있다면.
배관과 시설을 최소한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래도 현대 도시생활에서 주택이 외부에 의존하는 배관과 시설은 상당하다.
외부에서 조달하는 물, 가스, 전기가 끊긴다면 모두 무용지물.
흙과 나무와 돌과 물로,
스스로 지은 집보다 더 쓸모없을 애물단지가 되겠네.
오싹,
해진다.
우리는 지금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굉장히 많은 취약한 변수들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구나.
가끔 현대 우리의 삶은 대지에 굳게 발붙이지 않은,
둥둥 뜬구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