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돌보기

혼자 살아요

by 기차는 달려가고

마음은 늘 출렁거린다.

평온하고 잔잔하게 일상을 지켜내나 싶다가도,

아주 작은 걸림돌에 휘청, 거리면서 괴로움이 밀려들기도 한다.


세상에서 내 자리를 다투며 살아낸다는 건 전쟁이다.

적으로 둘러싸인 두려움이 쏟아질 때가 있지.

꿈? 이상?

...!

하루하루 버티는데 기운을 다 소진하고

너덜너덜 패잔병이 되어 간신히 방에 닿았다.

한 발짝도 더는 나갈 수가 없어...



마음이 맞고 협력이 잘 되는 가족이 있다면

서로 보살피고 도와가면서 크고 작은 고비를 넘길 수 있겠지만.

(다들 조화로운 동반자 관계를 기대하는데

사실 서로 긁어대고 할퀴어대는 관계도 적지 않다.)

혼자 사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부축해야 한다.

내가 나를 보살펴서 혼자 몸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평생 부모 그늘에 있다가 육십의 나이가 되어 혼자 살게 되니,

마치 뜬구름 같은 딴 세상에 있다가 현실에 불시착한 기분이 들었다.

어리둥절,

생존 방법을 모르겠다.


원래 혼자 잘 지내는 타입이어서 외로움 같은 감정은 느끼지 않는다.

며칠을 입 꼭 다물고 살아도 답답하지 않다.

현실 속의 사람들보다는 책 속의 인물들과 더 친하다.

책을 읽다가

맞아, 맞아! 막 공감하고.

바로 이거야, 기뻐하면서생각과 같은 벗을 만난다.


하지만 어머니와 나누었던 소소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나의 의도가 왜곡되거나 오해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되고 이해된다는 게 안정된 정서를 갖는 데 참 중요한 것 같다.

날씨 얘기, 밥 얘기, 꽃이 피고 날이 저무는 그런 일상적인 얘기들.

지극히 소소한 이야기들 말이다.



누구나 더 아름다운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아름답다, 는 의미는 제각각이겠지만.

마음속에 미움이 가득해서 험하게 여과되지 않은 감정을 함부로 터트리고,

걸핏하면 남 탓을 하며,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절제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살다 보면 1980년 전후한 시대에 학생들이 꽤나 들고 다녔던 에리히 프롬의 책 제목인 <소유냐 존재냐>를 떠올릴 때가 있다.

소유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데,

그 소유에만 기대느라 스스로 존재를 키우지 못한다면,

인생이 정말 힘들어진다.

안 그래도 먹고 사랑하고 일하고 희망을 기다리면서 살아간다는 건 대체로 가시밭길인데,

도무지 벗어버릴 수 없는 내 마음까지 지옥이라면 인생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작은 씨앗으로 시작한 나무가 키를 키우고 잎을 펼치면서

한자리에 붙박여 오랜 시간.

겨울을 견디고 여름을 보내고,

뿌리를 깊게 펼치고 줄기를 굵게 키우듯이.

나라는 존재를 나날이 아름답게 키워가고 싶다.



마음에 화를 남기지 말자.

내 안에서 미처 소화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썩어서 독을 뿜는다.

밉고 화나고 시기하고 탐내는 날 것 그대로의 욕심을 다 채우려 들지 말자.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내어 실행하자.


자신은 이래야 하는 사람이다, 하는 허상을 갖지 않아야겠다.

왜 내게 이런 나쁜 일이 생기나!

또는

내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해?

분노를 터뜨린다.

하지만 고난에는 예외가 없더군.

불행은 랜덤으로 떨어지더라.

누가, 언제, 어떤 불운을 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들이,

완전하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는 거다.

세상은 나를 위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일상 속에서,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며 음악을 듣고 거리를 걷는 지극히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내 안에 자잘한 즐거움을 쌓으려 한다.

아름다운 느낌들을 모으려 한다.

자신을 기쁘게 하고 마음을 순하게 하며.

나를 일으킬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은,

따듯한 밥 한 그릇, 금세 빨래한 옷과 잘 정돈된 방이다.

또 잠깐의 따뜻한 마음, 스쳐가는 환한 웃음, 주고받는 인사말 같이

순간순간 느끼는 작은 즐거움들이 나를 지켜주리라 믿는다.


동시에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도 일시에 가해지는 커다란 타격만이 아니라,

나날의 자잘한 슬픔과 걱정, 미움과 욕심이 아닐까.

인간은 단순히 효율적인 생산기계가 아니다.

소비자로서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로 계산되는 수많은 인구,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야겠다.

나 스스로를,

목표 달성을 위해 과로하는 노동력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보드라운 마음을 가진 한 인간으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대접하자.

쉼 없이 달려가는 욕망의 화신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직한 기쁨과 즐거움에 귀 기울이자.

소비나 소유나 직위로 자신을 증명하려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키워낼 것이며.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하고 아끼고 보살피자.

다른 이와의 관계나 시선에서 벗어나 혼자 살아가는 시간은

스스로 나를 사랑하고 위하기에 적절한 기회가 된다.



존재의 성숙과 일상의 즐거움은 함께 한다.

튼튼한 일상의 힘으로

내가 가는 길이 진창길이든 꽃길이든,

한결같이 또박또박 내 인생을,

너끈히 살아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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