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이다.
보통 혈연 또는 혼인 관계로 이루어진 둘 이상의 사람들이 생계를 함께 하는 그 가정에서 사람들은 정서적, 물리적 협력과 상호 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가정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의, 식, 주의 베이스캠프이고 마음의 안식처이니,
인류가 면면이 세대를 이어오고 사회를 형성하기까지 가정은 언제나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늘 완벽하지는 않고.
나름의 문제들과 어려움과 한계를 가진다.
경제 활동이 원활하며 구성원 모두 건강하고 활발하게,
좋은 성품으로 화목하게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으며.
서로 간에 뜻이 잘 맞아 언제나 이해하고 격려하면서,
어려움도 극복하고 부족함을 채울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우리 인간이 그렇듯, 모든 가정은 저마다의 갈등과 문제를 안고 울퉁불퉁 제각각의 모습으로 굴러간다.
다른 구성원이 없는 1인 가구도 엄연한 사회의 기초단위로 하나의 세대를 이룬다.
세대 또는 가구는 사회적으로 주거와 생존, 경제 활동의 기본 단위이며.
세금 부과, 복지, 주택 수, 기타 통계 자료에 있어 국가 행정과 경제의 기본 단위가 된다.
그러면 단지 사회와 경제와 행정의 기초단위일 뿐
다른 구성원이나 내부적인 상호 관계, 공동 활동이 없다는 측면에서,
그저 세대일 뿐 가정은 아니지 않은가, 하겠으나...
내가 1인 가구로 살아보니 1인 가구도 확실히 가정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1인 가구는 구성원이 단독이라서,
누구를 양육한다거나 교육한다거나 부양한다거나 아니면 상호 협력한다거나 하는 가정 내부 활동은 모자라지만.
1인 가구가 살아가는 '집'이라 함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생명 활동에 울타리가 되어주고,
구성원의 정서적이며 물리적인 생존의 기반이다.
또 독특한 고유의 생활 방식이 있고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개별 사연이 있으며 경제 활동이 있지.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종종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닥치기도 하고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1인 가구는 그저 개인,
가정에서 떨어져 나온 또는 가정으로 이행하는 동안의 임시적인 생활 방식이 아니라.
형태를 달리 하는, 일부 기능이 제외되었을 뿐 분명히 '가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느 가정들이 무언가 모자라거나 삐그덕거리거나 표준에서 벗어나거나 하듯이 말이다.
가정은 그 모양도, 기능도 늘 변하니까 1인 가구도 그 변주곡 중 하나가 아닐까?
가정은 그 단위 안에서 살아가는 과정의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구성원 안에서 발생하는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일일이 바깥에 토로한다면,
외부인이 나서서 해결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직접 겪지 않은 현실을 서로 어긋나는 말만 들은 외부인이 진상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교육과 양육, 먹는 것과 입는 것, 청소와 세탁은,
재정 문제까지도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정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비용이 지출되거나, 외부에 의존하게 되니 독립성이 위태로워진다.
사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 중에 '독립적'이라는 부분이 상당히 클 텐데.
독립적이라는 뜻은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을 권리뿐만 아니라,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책임도 있는 것이니.
종종 내 멋대로 사는 것은 좋아라 하면서
필요하거나 귀찮거나 한 일은 외부에 무상으로 의존하려는,
모순되는 사이비 독립파가 있다.
반면에 혼자 사는 사람을 그저 개인으로만 보아서
가정이라는 테두리가 있는 그 고유성과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아 주변에서 선을 넘는 경우도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의 마음도,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외부인이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1인 가구의 그것을 내가 가질까, 빌릴까, 맘대로 공상하고 실제로 시도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까 다른 구성원이 있는 가정이라면 타인이 손대기가 쉽지 않은 뚜렷한 경계선이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가정으로 보면서,
혼자 사는 사람의 집에 대해서는 고유한 정서적, 물리적 구분선을 묵살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말이다.
본인이 먼저,
혼자 살아도 분명한 영역을 갖는 '나만의 가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주장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주변에서도 1인 가구를 독립적인 가정으로 인정하고 그 경계를 인정해줘야 한다.
독립이 중요하다.
당당하게 독립적으로 혼자 잘 살아갈 때,
아무나 휘두르려 들고 참견하려 들고 슬쩍 발을 들이밀려는 위험에서 '나의 가정'을 방어할 수 있다.
구성원이 1인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