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집을 나가 일터에 가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지금과 같은 생활패턴은,
인간의 역사로 보면 최근의 사건이다.
근대에 들어 산업이 발전하고 도시가 과밀화되고 교통수단이 발전하여 직주 분리가 확대되기까지,
살림과 일을 한 곳에서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부나 어부, 광부나 양치기처럼 일터가 따로 있는 직종도 있었지만.
그들도 일할 때 말고는 거의 집에서 생활했다.
우리 어릴 때인 1960,70년대만 해도 가게와 집들이 거의 붙어있었고.
소규모 공장들도 살림집이 같이 있어서 주인이나 고용인이나 함께 밥을 먹고살았다.
그때 집은 생활을 위한 생산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음식을 직접 해 먹었고 옷가지도 스스로 만들어 입는 부분이 상당했거든.
코로나 상황으로 재택근무가 확대되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기술의 발달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지 않을까.
배달과 택배업의 발전으로 조리된 음식을 식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 먹고,
직접 쇼핑을 가지 않아도 물건을 산다.
세계 어디서나 일어나는 운동 경기들, 영화와 드라마를 실시간 집에서 볼 수 있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축적된 방대한 지식에 접속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타인의 행동을 볼 수 있으며.
지구 위 어느 곳이라도 구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집에 머무르지는 않겠지.
직장에 나가거나 모여서 일정 시간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여전히 많겠고.
고립감을 피해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취미 활동으로.
여행을 가고, 산책을 하고, 대자연을 찾아 우리는 늘 집 밖으로 나갈 것이다.
개인의 독자성이 강조되면서 타인과의 거리가 생기고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이 중시된다.
예전에 많은 식구들이 한 집에 어울려 살았을 때는 사람에 치이고 부대끼면서 크고 작은 갈등은 많았지만.
대신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살았다.
자아가 좀 허약하고 기능이 모자라도 우당탕퉁탕 살림은 어찌어찌 꾸려졌고.
어울렁 더울렁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었다.
자신의 공간에서 간섭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독립적이고 강단이 있어야 한다.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극복할 또는 보완할 자신만의 방법을 가져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짊어지겠다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단 것은 당연히 내 것이고 쓴 것은 누가 대신해주기를 바라는 미숙한 태도는 마음에 원망만 키우더라.
남을 질시하고 부러워하는 앙칼진 심성으로 점점 다른 이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면서,
외롭다, 쓸쓸하다, 우울하다. 하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초라하게 늙어간다.
누구나 잘 살고 싶어 한다.
그 '잘'의 의미는 각자 다르겠지만.
세상에 태어난 이상 가급적 행복하게 의미 있는 삶을 꾸려가려고 애쓰겠지.
이런 바람을 실천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고.
그 첫걸음은 잘 자고, 잘 먹고, 깨끗하게 내 공간을 청소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다.
집에서 고달픈 하루를 회복하고.
날카로워진 기분을 다독이고.
우울하고 축 처진 어깨를 바로 세우자.
내가 나를 보살피자.
말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설 때는 다시 충전된 에너지와 말끔한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는 거다.
덥다.
여름이다.
두 달 이상 뜨거운 볕과 습기 찬 공기가 우리를 힘들게 하겠지.
잘 견딥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