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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쪽에서 보낸 하루

마음에 남은 풍경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어제 낮부터 날이 풀렸다.

어디 갈까, 궁리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서울 서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마포구는 지금은 서울의 가운데이지만.

서울이라 함은 곧 한강 북쪽,

영등포는 서울의 끝-

이라는 지리 감각으로 평생을 살아온 내게 마포구는 여전히 서울의 서쪽으로 인식된다.


절두산 성당- 선유도 공원- 망원동 일대

한나절 배회했다.

아이고 다리 아파라.



절두산 성당에 미사를 보러 간 것은 아니었다.

한번 가보고 싶었다.

성당에는 예수님이 사형 선고를 받고 무덤에 묻히기까지의 과정을 14처로 나누어 형상화하고.

이를 신자들이 묵상할 수 있도록 경로를 설치한다.

보통은 성당 안에 두지만 장소적 여유가 있는 곳에서는 아름답게 길을 가꾸어 14처를 설치한다.

절두산 성당의 14처도 그윽하고 아름다웠다.

바로 아래 강변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소음이 만만치 않더라만.

시각적으로는 고요와 평화.



그리고 양화대교를 걸어서 선유도 공원에 간다.

날이 화사하고 따뜻해서 파란 물빛에 햇빛이 반짝거렸지.

강폭이 넓은 한강은 축복이다.

가슴이 툭 트이네.

눈으로 보는 날씨는 훨씬 파랗고 맑았는데 미세먼지가 이때도 있었나 보군.

워낙 햇살이 좋아서 하늘도, 강물도 파랗게 보였는데.

잘 보면 강 위로 오리 떼(?)가 날아가고,

돛을 편 요트들도 있었고 등등 수중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선유도공원에 닿았지.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오래전에 장마철 비 내리는 날,

아침부터 온 적이 있었는데 그날의 기억이 참 좋았다.

녹슨 기계의 잔재들과 낡은 시멘트 구조물 사이에 나무와 풀이 자라고.

새로 설치한 구조물들이 전혀 거슬리지 않게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

그때보다 훨씬 풍성해졌고 한강 남쪽 둔치로 이어지는 다리도 놓았는데.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다.


바로 옆으로 깊은 한강이 흘러간다.


공원을 나와 다시 양화대교를 걸어서 건넜다.

망원시장까지 한참 걸었네.

조용한 주택가는 이제 청년들이 찾아가는 유명한 곳이 되어 작은 식당들이 즐비하고.

곳곳에 청년들이 줄을 서는 망원시장은 식료품, 식자재를 팔던 예전 시장 기능보다.

간식거리, 반찬 가게들이 성황을 이루더라.

주말이라 그런 거겠지?


쇠퇴 일로이던 재래시장이 부활한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 어떤 것도 고정된 것은 없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화를 겪는다.


제주도에서 매일 점심을 사 먹으면서도,

오늘도 점심 먹을 곳을 찾아 헤매면서 느끼는 건.

매일 밖에서 밥을 사 먹어야 하는 고충이 크다는 점이다.

가격은 부담스럽고.

딱히 맛있거나 건강하지도 않다.

그 값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업주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지.



결론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남은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사용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일단 스스로 식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면,

그 뒤에는 모든 식사를 직접 만들지 않고 재료와 음식을 사더라도.

적은 비용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먹는 것은 중요하다.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실컷 좋은 구경하고는 밥의 소중함으로 귀결되는 나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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