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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Feb 02. 2022

도서 <줌 인 러시아 1권, 2권>

활자로 만난 인물들

이대식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이 책을 쓴 저자는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러시아 건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러시아, 중앙아시아 같은 지역을 연구하러시아 전문가이.


1권에서는 러시아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생활에 깊이 스며든 예술, 문학 그리고 역사 같은 문화적 배경을 주로 설명하면서.

정치적 지도자들에 관한 이야기,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황과 사업 가능성을 언급한다.

2권에서는 주로 시베리아 철도가 통과하는 도시들을 살핀다.

 책이 360~380쪽에 이르는 분량이고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

연관성 있는 주제들을 작게 분류하여 서술하고 흥미 있는 내용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책 1권의 내용만 우선 알아보기로.



소수 선진국들에 제한되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러시아도 시야들어와서,

기차를 타고 드넓은 평원을 한없이 달려보싶은 사람들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도전한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를 동영상으로 내보내는 우리나라 여행자들도 늘어났다.

누구나 뉴스에서 러시아 소식은 들어봤겠고.

한때 길고 긴 러시아 소설 속에서 헤매었시절있었겠.

그림도, 발레도, 음악도... 

우리에게 알려진 러시아 문화가 적지 않다.


저자는 서문에서,   

원거리 착시효과는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매력적인 과거형에 대한 표피적인 지식의 형태로,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실현되고 있는 러시아의 잠재력에 대한 대범한 무시의 형태로 발현되었다. 과거에 대한 무지와 변화하는 현재에 대한 무시는 러시아가 주는 새롭고 무궁무진한 기회를 눈앞에서 날리게 만든다. (6쪽)

라고 우리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지적한다.

책에는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많은데 일단 두 가지만 살펴볼까?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는 이 전쟁의 최대 피해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체 사망자 약 6,000만 명 중 45%에 해당하는 2,660만 명이 러시아인이었다. 그래서 200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형은 “동부전선에서 소련군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부전선에서 소련군이 버텨주지 않았다면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가장 크게 남은 곳 중 한 곳이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불리는 레닌그라드이다. 히틀러는 당시 소련의 수도였던 이곳을 포위하고는 “굶주림으로 시민들의 숨통을 끊고 폭격으로 지도상의 흔적을 없애버려라”는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시민들의 영웅적 저항에 부딪혀 포위 상태가 900일이나 지속되었고, 역사에서는 이를 ‘레닌그라드 900일 봉쇄’라고 부른다. 1941년 9월 8일부터 1944년 1월 27일까지 약 900일간 이 도시를 포위한 독일군은 공중폭격 10만 7,158발, 포탄 14만 8,478발을 쏟아부었다. 바꾸어 말하면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매일 300발 이상의 포탄에 시달린 셈이다.

  그러나 폭격보다 무서운 것은 굶주림이었다. 3년간 포위망에 둘러싸여 식량 공급이 어려웠고 일반 시민들은 하루에 사람 손바닥보다도 작은 크기의 빵 125그램으로 연명해야 했다. 이마저도 끊길 때가 많았다.  

(137,138쪽)


이때 총 64만 9,000명이 사망했고, 이중 97%가 기아로 사망했다고 한다.

레닌그라드 주변이 거의 독일군에게 포위되었는데 유일하게  

라도가 호수만 포위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러시아군은 라도가 호수를 통해 시내와 구호품과 군수품을 이동할 수 있었는데,

하늘에서 독일군이 끊임없이 포격을 하니 이 통로는 생명줄인 동시에 ‘죽음의 길’이었다. 


이 길을 통해 물질만 오갔던 것은 아니었다.

레닌그라드 출신인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건강 문제로 고향을 지키는 군에 입대하지 못하게 되자

파시즘과의 투쟁, 다가오는 승리, 그리고 나의 고향 레닌그라드에 이 곡을 바친다”(145쪽)

라고 헌사를 쓴 7번 교향곡을 작곡한다.

해외에서 먼저 연주되어 호평을 받으며 전시의 모스크바에서까지 연주된 이 교향곡을 레닌그라드에서 연주하기 위해,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악보를 전달하고.

아사 지경인 연주자들을 모으고 연습하고 그러다 죽기도 하고.

시와 시민들은 연주자들에게만 특별히 식량을 공급하는 등 열렬히 협력하여 1942년 8월 9일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그랜드홀에서 초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열정.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뚝심을 알 수 있겠다.

이 일화는 '이반 아이밥좁스키'의 《아홉 번째 파도》라는 그림 해설과 함께 이해하면 러시아 사람들이 묵묵히 고난을 헤쳐나가는 자세에 경탄하게 되더라.



 러시아 전문가로서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러시아에서는 어떻게 혁명이 가능했나요?”인데, 그때마다 감히 “그것은 레닌이라는 천재적 리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러시아 혁명이 발발할 수 있는 역사적 조건이 성숙했던 것도 한 요인이지만, 성숙한 조건이 반드시 혁명의 성공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우선 레닌은 무엇보다 ‘실천적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였다. 19세기 말까지 러시아 지성인들의 화두는 톨스토이가 던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체호프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주로 인간 삶의 근원에 대한 해석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질문을 처음으로 던졌다. 1902년에 출간된 레닌의 저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이후 한 세기 동안 러시아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식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두였다. 문제의 해석보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질문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322,323쪽)


러시아를 생각할 때 체제를 분리할 수는 없고.

아직도 러시아 곳곳에 있는 레닌의 동상에서 한때 인류가 도전했던 공산주의라는 시도에 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냉전으로 '공산주의=나쁜 것'이라는 심리적 두려움에서 벗어나 러시아라는 나라를 여행하려면,

이 책은 반드시 읽고 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러시아가 품고 있는 거대한 문화의 깊이와 고통스러운 건너가는 그들의 담대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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