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행- 한 끼의 밥, 하룻밤의 잠자리
마음에 남은 풍경들
여행에서 우선적으로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겠는데.
꼭 휴식이나 맛집 탐방이 아니라도 여행자에게 있어 먹고 자는 일은 중요하다.
든든하게 먹은 밥 한 끼는 고단한 여행길에서 기쁨이 되고.
편히 쉬고 푹 자고 개운하게 씻어 상쾌한 기분은 발걸음을 가볍게 하지.
우리나라 식당에서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뻔하다.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니면 여전히 혼밥은 생소한가 보다.
목포에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하지만 목포 특산 요리가 대개 여럿이 먹도록 서비스되는 것들이라.
꼬막 철이니 꼬막비빔밥은 먹을 수 있겠지?- 정도만 기대하고 갔었다.
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찾지 않아서인지 꼬막비빔밥도 눈에 띄지 않더라.
그냥 어디서나 먹던 흔한 메뉴로 식사했네.
혼밥 메뉴 한정해서 가격도, 맛도 딱 서울 수준.
밑반찬 가짓수가 많았고 찌개나 밥은 양이 많았는데 내 용량을 넘어서니 의미 없음.
빵집이 괜찮더라.
상표권 문제가 있어 보이는 같은 가게에서 유래한, 이웃한 빵집 두 개가 유명하던데.
나는 그중 한 가게에 매일 들러서 요것조것 먹고 싸오고 했지.
가격이 착해서 값은 보지도 않고 막 고르는 사치를 부렸다.
시그니처 빵은 먹지 않고 기본적인 빵들을 먹었는데 몇 가지가 맘에 들었음.
오거리에는 수제 어묵 가게가 있다.
기존의 어묵을 뛰어넘어 새롭고 다양한 모양의 어묵을 내놓았는데,
나는 기본 어묵 파라 기본적인 종류만 먹었네.
어묵 요리가 아니라 어묵만 판다.
가격대는 좀 있는데 내 입맛에는 good.
우연히 산 영광 모시송편이 맛있었다.
모시송편을 좋아해서 종종 사 먹는 품목인데 보통 다른 송편보다 비싸거든.
맛도 좋은 영광 모시송편이 가격도 저렴해서, 앗, 기쁘더라.
낙지젓을 좋아한다.
눈에 불을 켜고 아주 알찬 낙지젓을 골랐다.
현지에서도 싸지 않다.
목포가 주변에서는 큰 도시라 근방에서 나는 먹을거리들이 모여드는 것 같더라.
나는 숙소를 고를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혼자 여행 다니면서는 호텔보다 부엌이 있는 콘도를 찾고.
가급적이면 주인이 뚜렷한 운영방침을 갖고 열심히 운영하는 소규모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한다.
들락거리기 편한 위치.
매 손님마다 침구 커버를 바꾸고 청소와 정리정돈이 잘 되어야지.
방은 작아도 침대와 시설은 일정한 수준이 되어야 좋다.
순천에서는 바구니 게스트하우스가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의 세 친구들이 의기투합하여 각각 일을 분담하는 바구니 게스트하우스는,
건물 지을 때부터 고객 입장을 최우선으로 했다더라.
침구 류, 공동 부엌 모두 합격점.
문 연 초기에 갔던지라 지금은 모르겠는데,
운영이 쉽지 않을 텐데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제주도 서귀포에는 사단법인 올레가 운영하는 올레 스테이가 있다.
가격에 비해 침구류가 좋고 식당 음식이 가격, 맛 모두 참 은혜롭다.
객실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한다.
비용이나 관리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다.
다만 손님들이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가 눈에 띄어 안타까웠지.
아침부터 청소시간 동안은 방을 비워야 한다.
공동 주방이 없는 점이 아쉬움.
이번에 목포 여행에서는 그 말 많던 창성장에 묵었다.
범죄를 주장한 검찰이나 수많은 기사를 쏟아낸 언론 중 현지답사는 고사하고 로드맵이라도 확인했는가, 싶더라.
깔끔하고 편리하며 실용적이다.
거실이나 식당, 주방 같은 공동 공간이 훌륭하다.
화창한 날에,
부엌에서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테라스에서 해바라기 하면 참 좋겠던데.
음, 동네는 매우 괴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