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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25. 2022

예 to the 술 to the 가, 의 삶이란...

끄적끄적

젊었을 때,

주변에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공부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는데,

대학을 졸업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더 높은 단계의 예술을 꿈꾸며 유학을 가거나

아예 다른 일을 찾거나.

그동안 익힌 알량한 예술적 기능으로 작은 밥벌이를 하거나.


빨리 망하려면 사업을 하고,

천천히 망하려면 자식을 예체능 시키라-는 말이 있다며.

예술하는 자식 뒷바라지에 등골이 빠진 부모님께 미안해했었다.



<음악가의 탄생-

경멸당하고, 신격화되고, 상품화되다>라는 책을 읽었다.

발터 잘멘이 쓰고, 홍은정이 옮겼으며, 심산 출판사 책이다.


인류사에 남은 최초의 음악가 흔적부터 현대의 음악인에 이르기까지,

음악가의 형성과 변화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직접 재화를 생산하지 못하는 음악가들은

어느 지역, 어느 시대에도 음악으로는 생계를 꾸려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사회적으로 신분도 낮았다.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어디에서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권력자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교회에서, 축제에서, 군대에서, 잔칫날에...

나팔을 불고, 노래를 부르고, 현을 뜯고, 북을 치는 음악가는 필요했지만.

대체로 음악가들은 기껏해야 높은 분의 시종이거나.

수도사, 농부, 자유인들의 취미 또는 겸업이거나.

하인이거나 노예 거나 떠돌이 비렁뱅이 거나 한 시절이 길었다.

누더기를 걸치고 이리저리 떠돌거나.

극히 일부는 교회에 고용되거나, 왕과 귀족의 후원을 받는 대가로 그들을 섬기거나,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하여.

한 시기 제복을 입고 고정된 수입을 얻었으며.

아주 아주 지극히 적은 음악인들은 윗분의 총애를 입어 명예와 재산과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음악가만 그런 건 아니다.

모든 예술가들이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긴 시간의 수련기 동안,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먹고살고 작업할 수 있는 생계비의 압박에 시달리며.

더 나은 예술, 더 깊이 있는 작품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친다.

모든 열정과 에너지와 재능을 요구하는 예술 작업에,

언젠가는 세상의 인정을 받으리라는 보장 없이.

홀로, 막막한 예술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우리가 아는 성공한 예술가들은 바닷가의 모래밭만큼이나 많은 예술가 중에서,

 손가락에 묻은 몇 알 모래 알갱이 정도의 희박한 확률이라 할까.

예전에 서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거리에서, 지하철 통로에서,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풍경이,

군사독재의 경직된 나라에서 온 내게는 퍽 낭만적으로 보였었는데.

이것도 아주 오래된, 고달픈 음악인들이 살아가는 한 수단이었더라.



예술은 인간에게 필요한 사치품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남긴 유명한 문장이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과 없어도 상관없는 장식품 사이의 경계 지점에 음악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261쪽)


팔리는 상품이 될 것인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예술품을 이루어낼 것인가,

어느 정도 성공한 예술가들도 갈등하겠지만.

예술이 일단 생계 수단이 되어버리면 시장성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힘들게 작업해서 겨우 세상의 인정을 받는 단계에 들어섰는데.

그래서 얻게 된 인기와 수입을 위해 시장성에 맞추려다 보면,

음.



직업인이 될 것인가,

예술을 할 것인가, 갈등하겠지.


모두가 드높은 예술가가 되지는 못한다.

그냥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의 희로애락에 공감하는 떠돌이 각설이들도 훌륭하다.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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