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의 모든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러니까 의, 식, 주의 자잘한 실천이 재미있다.
밥도 잘 챙겨 먹고.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되도록 깔끔하게 정리하며.
내게 잘 어울리고 움직이기에 편하며.
때와 장소에 적합한 옷을 골라 입는 것도 좋아한다.
이 모든 과정에 마음을 쓰고 즐거움을 느낀다.
살아가는 하루하루 생존의 행위가 즐겁다니,
참 다행스러운 취미이면서 동시에,
이 자잘한 것들에 나의 에너지와 마음을 다 쓰느라
일상 이상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 되기도 한다.
그 점에 별로 유감은 없습니다만,
어쩌면 훌륭한 인생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에 더해서 나의 일상을 윤택하게 해주는 몇 가지가 있다.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걷거나 공원이나 궁을 들리거나.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좋아한다.
마음이 편한 날도,
속이 좀 시끄러운 날도,
두리번두리번 풍경을 바라보면서 실컷 걷거나.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품들을 골똘히 바라보다 보면
마음까지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도서관을 좋아한다.
책 읽기는 물론 좋아하지만.
서가에서 책 제목을 살피고,
마음이 끌리는 책을 꺼내어 훑어보다가.
책을 빌려서 낑낑 가방에 넣어오는 과정까지도 나는 즐겁다.
도서관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는
식당에서 라면이라도 먹으면서.
정독도서관이라면 갖가지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는 뜰도 좋아하지.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로 세계 곳곳의 풍경을 본다.
산도, 도시도, 숲도, 바다도, 외진 마을도.
가만히 앉아서 다른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니, 와 진짜 신나라!
그러면서 여행 계획을 짠다.
유튜브와 인터넷에 책까지 펼쳐놓고 진지하게.
백지에 여러 장소들을 써놓고는
서로 선으로 잇기도 하고,
장소 아래에 꼭 봐야 할 것들을 적어두기도 하지.
심지어는 숙소까지 찾아서 별표를 찍고!
이미 수십 개의 여행 계획을 짰으나...
실행 여부는 모르겠다.
이미 실컷 즐거웠으니 그것으로 마음은 충족되었다.
밤에 잠이 들 때,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잔잔한 음악을 듣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음악은 참으로 부드럽고 따듯해서.
잠이 들 때까지 음악은 하루를 마친 안도감으로 내 마음을 감싸주고.
잠에서 깰 때 의식에 들어오는 공들여 연주하는 좋은 음악은
하루를 시작하는 내게,
괜찮다고,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 거라고 다독여준다.
고마워서 뭉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