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Sep 19. 2022

우리가 버린 옷들

끄적끄적

세계 곳곳의 영상을 구경하다 보면 사람들 차림새를 유심히 보게 된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동, 서양 막론하고 대부분 편한 옷차림이다.

100년 전, 아니 반세기 전의 치렁치렁 이거나 딱딱한 정장 차림은 사라졌다.


세계 어디에서나 유명 브랜드의 간판이 보인다.

상점에서 팔리는 생활용품 포장은 동일하다.

몇몇 회사가 세계 소비시장을 장악했다.



우리가 보기에 가난한 나라라도 대도시는 있고

그곳에는 위풍당당한 관청 건물과 기업들의 초고층빌딩들이 있다.

서구화된 세련된 차림의 사람들이 윤택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본다.

단, 딱 그 지역뿐이다.

걸음만 벗어나도 금세 허름해진다.


아프리카 고유의 전통에서 유래됐을 화려한 원색의 지역적인 복장은 참 멋지다.

탄력 있는 피부와 강렬한 태양과 리드미컬한 신체의 움직임과 그 옷은 기막히게 어울려서,

원색의 헝겊으로 머리를 감싸고 같은 색감의 긴 옷을 차려입은 건강한 여자들이,

우하하하,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활짝 웃으면 내 기분까지 유쾌해진다.


하지만 평상시, 특히 지방 사람들의 옷차림은 참 안타깝다.

세계 온갖 나라에서 입다 버린 헌 옷들이,

함부로 다뤄지다 쓰임을 다해 버려진 옷들이 그들에게 간다.

말끔하게 세탁되지 않는 낡은 옷을,

크기도, 색상도, 디자인도, 심지어는 성별과도 상관없이 몸에 대충 걸쳤다.



기업들이 이끌어가는 유행에 따라 저비용으로 후다닥 만들어진 일회용 옷들은 쉽게 버려지고.

제법 사는 나라들의 골칫거리가 된 이 쓰레기들은 재활용이라는 미명 하에 컨테이너에 실려 아프리카로 간다.

시민들은 시장통에 쌓여있는 옷더미에서 몇 푼짜리 헌 옷을 사 입고.

썩지 않는 옷 쓰레기들은 고스란히 아프리카 땅에 남아 대지를 더 황폐하게 만들겠지.


국민들이 가난하기로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도 못지않고 인구도 엄청나게 많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전통복장을 많이 입더라.

부자들은 좋은 옷감으로 잘 바느질된 전통 복장 차림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공기도 통하지 않을 싸구려 합성섬유로 거칠게 만들어진 옷 차림새다.

그래도 오랫동안 익숙한 옷이라 그런지 외모와 잘 어울리고 그래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입는 헌 옷만큼 서글프지는 않다.

극심한 가난은 정말 슬프지만.


세계의 헌 옷들이 몽땅 버려지는 바람에 아프리카에는 의류 산업이랄 게 없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가 입다 버린 헌 옷 몇 벌로 평생을 살아간다.

왜!

누구는 끊임없이 새 옷을 해 입어 대고.

누구는 평생 남이 입던 낡은 헌 옷만 입어야 하는가?

누구나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새 옷을 가끔이라도 입즐거움은 누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항상 다른, 고급의 새 옷차림으로 매체에 등장하던 영국 여왕은,

그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사람들의 헌 옷차림과 극히 대조적이었다.

고인의 명복은 빈다.

다만 극심한 이 불균형은 바뀌기를,

제발 

너도, 나도 같은 사람이라는 점은 기억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명동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