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진심인 사람이라 먹을 것을 중히 여긴다.
달랑 반나절 외출 가방에 물과 사탕 몇 알이라도 들어있고,
여행 가면서 당장 먹을 것은 들고 떠난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몹시 피곤하므로 밥 먹으러 밖에 나가기 싫을 수가 있고.
시간이 늦어서 마땅한 식당이 눈에 안 띌 수도 있다.
그래서 배 고픈데 밥 못 먹는 거 아니야?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집밥을 꾸준히 먹는 사람이니 집에 식재료가 늘 준비되어 있다.
떨어지기 전에 보충한다는 원칙으로 열심히 사 나른다.
어머니 계실 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한 온갖 식재료들을 구비해두었었는데,
혼자 살면서 냉장고를 비워가는 중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 먹을 것을 조금씩 사 오니 보관할 필요가 줄어들었고.
혼자 아무리 열심히 먹은들 냉장고를 꽉꽉 채울 분량이 안 나온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며 입맛도 다르니 어떤 식료품을 준비해둘지는 제각각이겠다.
집밥을 잘해 먹으려면 우선 무엇을 어떻게 해 먹을지,
자신의 입맛과 생활 방식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정기적으로 장을 보고.
장 봐온 것들을 즉시 손질해서 나누어 보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참고로, 장바구니는 가방 속에 항상 들어있다. 집밥인의 필수품)
다듬을 때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도 점점 뜸하게 되고.
판매 단위가 너무 크면 아예 사지 않으니 먹게 되지가 않는다.
이럴 때는 재료를 사서 다른 사람과 나눈다거나
부지런을 떨어 그 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버린다.
예를 들면 무의 경우,
가을 무는 사각사각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너무 크다.
반 뚝 잘라 나눌 이웃이 있으면 좋고.
아니라면 푸른빛 윗부분은 과일처럼 날 것으로 깎아 먹고(시원, 달큼하다).
중간 큰 부분으로는 깍두기를 담고.
윗부분은 무 생채를 만들어 깍두기가 익을 동안 먹을 것이며.
나머지는 소고기 뭇국을 끓이고 생선조림에 넣는다!
양념 종류는, 다소 비싸지더라도 소포장으로 산다.
특히 기름 종류.
양이 많으면 다 먹기 전에 변질될 수 있다.
북어채나 멸치, 오징어채는 대개 밑반찬을 만들지만 조리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다.
고기는 냉장 상태 것을 사서 당일에 먹어버린다.
먹다 남으면 조리거나 찌개에 넣거나.
생선구이는 시판되는 제품이 기대 이상이었다.
다소 비쌈.
업체가 만들어 파는 밑반찬은 너무 달고 재료에 믿음이 안 간다.
귀찮음을 극복하고 시간과 약간의 솜씨를 쏟으면 누구나 며칠 동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을 만들 수 있다.
채소나 과일 또한 소량씩 사는데,
그럼에도 당근, 파프리카, 감자, 고구마, 단호박, 양파, 마늘처럼 저장성이 비교적 양호한 종류만 먹게 되는 문제가 있다.
파와 고추, 시금치, 애호박, 콩나물은 그것으로 몇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 만한 심신의 준비를 마쳤을 때,
실행을 앞두고 산다.
두부, 낫토 종류도 때때로 사는 품목.
계란은 10알짜리로.
저장식품으로는 참치, 스팸, 옥수수 알갱이 통조림이 있고.
누룽지도 애용하는 품목.
(한 번은 모르고 두텁고 바싹 마른 누룽지를 샀는데 너무 딱딱했다. 밀폐용기에 넣어 물에 불렸다가 끓여먹었다.)
김치와 장아찌, 젓갈 종류는 번갈아가면서 두어 가지씩 구비한다.
마른미역과 김, 시래기나물, 버섯 같은 건조한 식재료들.
닭고기와 새우, 오징어 같은 해산물 류의 냉동 식재료도 조금씩 갖고 있다.
여러 가지 밥 종류, 국 종류, 붕어빵이나 떡갈비, 돈가스, 만두, 프렌치프라이 같은 냉동식품이 있고.
여행을 대비해 사는 블록이나 분말 형태의 시래깃국, 된장국, 수프는 평소에도 가끔 먹는다.
그리고 떡, 과자, 육포, 건과와 견과 같은 간식거리.
상온 보관이 가능한 레트로트 식품도 한 두 가지.
버터, 치즈, 꿀 종류.
커피, 홍차, 녹차 등 차 종류.
두유, 매실액, 유자청 같은 음료.
쌀, 잡곡, 밀가루, 국수, 빵 류.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갖추지는 않는다.
대략 이 범위 안에서 그때그때 사고 먹는다.
맛으로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영양가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생명의 양식.
이 먹을거리들이 내게 오기까지 손길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