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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Sep 27. 2022

직주근접? 아니 재택근무

끄적끄적

서구에서도 근대시대 중간쯤까지는 집과 직장이 한 곳에 있었다.

사업장을 가진 상업 분야나 수공업은 물론 전에 읽은 에밀 졸라의 <돈>이라는 소설을 보면,

규모가 있는 금융업도 주인이 사업장과 주거를 같이 했더라.

에도 시대의 일본도 그랬다.

사업장과 주인집은 같이 있었고 그 집에는 직원들이 함께 살았다.



내가 어릴 때 서울도 그랬다.

큰길에 늘어선 가게마다 안쪽에 살림하는 방이 붙어있어서 주인 가족의 간소한 가재도구가 커튼 사이로 엿보이곤 했었다.

시장 상가에도 안쪽이나 다락방에서 주인 가족들이 살았다.

지금도 지방 오래된 곳에는 사업장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여전히 계실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요새는 못 봤다.


예전에 우리 집 골목 입구에 작은 가게가 있었는데.

가게 안쪽에 놓인 구들장에는 다리가 불편한 주인아저씨가 늘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누워계셨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살림집이 따로 있었지만 이른 아침에 문을 열어 밤늦게까지 장사를 했으니.

아이들은 하교하면 부모가 있는 가게로 왔고

그래서 네 식구가 구들에 끼어 앉아 밥상을 받는 풍경을 종종 보았다.

아주머니가 하루 종일 길에서 배추를 씻어 김치를 담아 팔고 골목골목 배달 다니는 등,

그러면서 골목 안 집집마다의 사정까지 일일이 파악하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동안.

매사에 무관심한 아저씨는 어쩌다 오는 손님들을 거북한 태도로 대하고는 했었다.


콧물 찔찔 흘리던 그 집 꼬마들이 자라서 훌쩍 청년들이 되고 결혼하여 아기를 낳을 때까지.

우리는 골목을 드나들며 그 집 가족의 변화를 어쩔 수 없이 지켜보게 되었다.

그건 가겟집 식구들도 마찬가지.

우리 집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그 한참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까지,

골목 입구 가겟집 식구들은 우리 가족의 희로애락을 지켜보았다.



정장을 빼입고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출퇴근하던 도시 생활 패턴에 코로나 시대는 변화를 가져왔다.

재택이라는 이름의 직주 동거.

직주근접도 아니고 한 곳에서 일하고 살림하는 직주 동거는 장단점이 있어서.

대다수에게 적용이 될지,

얼마나 갈지 의문인데.


직원들이 매일, 한 에서, 부대끼며 함께 일해야만 하는 업종이 아니라면.

근무 형태를 다양하게 또 가급적 각 개인마다 적합한 근무 형태를 개발하여,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더 보장하면서 업무 효율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도시의 교통 문제와 비싼 주거비 문제도 얼마만큼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을 왜 하게 되었냐면,

저녁 먹으면서 도쿄 옛 동네를 구경하는데.

작은 옛날 일본 주택을 고친 소품 가게 옆에 살림하는 공간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옛날 그 시절.

작은 가게, 그 안쪽의 가난한 살림살이가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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