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종합병원에서 진료받는다.
코로나 시대 3년째 진료받는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환자는 많았고 진료 시간이 계속 늦어지고 있었다.
선생님은 환자들에게 꽤 성의가 있는 분이어서 오후 늦게 선생님을 보면 환자 보느라 지쳐 진이 다 빠진 얼굴이다.
음, 되도록 빨리, 말없이 진료를 마쳐야겠군.
그렇게 진료실에 들어섰는데, 어라, 오늘은 쌩쌩하시네.
늘 그렇듯 그간의 경과를 묻고, 약 처방에 관한 설명을 하시고.
3개월 뒤에 진료 날짜를 잡자고 하신 뒤.
상태가 좀 더 좋아지길 바랐지만 더 나빠지지 않는 선에서 올해를 마치게 됐다,
아쉽지만 어차피 길게 갈 병이라 더 나빠지지 않은 선에서 그친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니다,라고 나의 상태에 관한 감회를 피력하시더니.
내년 1월에 뵙겠습니다.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겨울 들어서는 환절기에 특히 건강 조심하세요.
하시는데, 뭔가 훅, 들어온 기분.
여름이 끝나고 추석까지 지나가면 한 해가 다 간 느낌은 들지만.
다음 진료일은 2023년이라 송년 인사를 할 때이긴 했다.
그래도 예상을 못했기에 약간의 충격이 있었다.
정말 한 해가 또 갔구나.
3개월 뒤에는 어떤 상황일지.
여전히 지금과 같을지,
개인적인 신상이든, 사회적이든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2022년이 두 달쯤 남았다.
시간은 쏜살같은데 나는 매양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네. 계속 늙어가면서 말이지.
생각만 했던 일들 몇 가지라도 부지런히 하자.
연말이 다가오면 재촉받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