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랬겠지만,
며칠 동안 뉴스를 보지 않았다.
2022년은 거의 뉴스를 외면한 시간이었다.
책을 붙들었지만 의식 바깥으로 스쳐지나기만 했다.
빨래를 했다.
온갖 빨래 거리들, 하루 종일 세탁기를 돌리고.
구석구석 청소를 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잊으려 했다.
제주도 다녀와 며칠을 집에 있다가 신발을 신었다.
도서관에 반납할 책이 있었고 걷고도 싶었다.
여행 이후 밖에 처음 나가니 거리에는 그새 낙엽이 노랗게 길을 덮었네.
스산하게 부는 바람과 수북한 낙엽에서 그렇지, 11월이지, 했다.
어둑한 시간에 정동길을 지나오는데 굵은 가로수마다 뜨개질 한 옷을 입혀놓았더라.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으로 넓고 크게 옷을 짜서,
월동할 나무 기둥에 입힌 풍경을 보자 순간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러다 곧,
그럼 겨울이 지나면 벗겨서 태우나?
쓰레기가 많이 나오겠군,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어오고.
나무를 감싸는 데는 지푸라기가 최고다,라고 혼자 결론을 냈다.
그리고 양말을 사서 돌아왔다.
워낙 양말을 좋아한다.
필요가 없어도 틈틈이 사모은다.
별다른 색깔이나 패턴을 찾는 건 아니다.
주로 흰색, 회색, 검은색에 더해 간간히 베이지와 네이비 계통의 무늬 없는 것들.
돈이 있을 때는 고급 소재로.
아니면 무난한 소재로.
양말이 또 쌓였다.
양말이나 정리해야지.
그렇게 참극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오래가겠다.
드문드문 갑자기 의식 위로 떠올라 순간, 내 안이 왕창 무너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