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그리고 굳이 며칠을 묵혀두었다가 뒤늦게 지난달의 카드 값 총액을 확인할 때마다,
번번이 예상했던 액수보다 많다.
끙.
청구서가 날아오기 전에 충분히 총액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절대 확인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대충 액수를 가늠하면서 가급적 적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보면 다 내가 쓴 것이다.
좋다고 사고,
싸다고 사고.
맛있다고 먹고.
신나게 놀러 다니고,
뭐 그런 것들.
한 번은 미장원에서 미용사 분과
왜!!!!,
카드를 쓰고는 그 지출은 까맣게 잊어버리는가.
왜!!!!!,
내가 돈을 쓰고도 하루만 지나면 홀랑 까먹어서 신용카드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마치 오류가 있는 듯 억울한 심정부터 드는 것인가,를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걸로 확인했다는 수확은 있었으나.
가급적 현금을 쓰고, 아니면 체크카드를 이용하고.
지역화폐를 구입하고, 무슨무슨 페이를 사용할 때 얻는 자잘한 포인트에 기뻐하면서,
이 '카드 값 망각 증후군'에서 벗어나려 한다.
추잡해지는 느낌.
카드를 쓸 때는 호기로운데 카드 값을 치를 때는 쪼잔해진다.
심지어 분한 기분까지 들어오려 하니,
벗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