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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12. 2022

끄적끄적

지난겨울 어느 날,

외부를 돌아다니면서 관심을 갖고 사람들 옷차림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직장인들 옷차림도 캐주얼하더라.

날이 추워서 그랬는지 남녀노소 불문 겉옷은 패딩이 90%가  넘었다.


우리 젊었을 적에 직장인이라면 직종 불문 거의가 '넥타이 부대'였고,

여자 직장인들은 치마를 입은 딱딱한 옷차림으로 구두를 신고 다녔었다.

겨울에는 아무리 추워도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모직 코트를 입었지.



가끔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들에 관한 콘텐츠들을 보면서,

며칠 전 '합스부르크 600년' 전시회에서도 보았듯이.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은 시대가 흘러도 그리 달라지지 않지만,

생활 면에서는 엄청나게 달라졌음을 확인한다.

제목 배경 사진 속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옷차림을 보라.

즉위하기 전에는 소탈하고 검소했다 하고,

여왕이 된 뒤에도 개인적으로는 유난스럽지 않았다는데.

차림새가 여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수단이라 여겨 저렇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치도 비우지 않고 휘황찬란하게 꾸미고는 불편하게 다녔다 한다.


'스부르크 600년' 전시회에는 왕들이 사용했던 갑옷 몇 벌이 전시되어 있었다.

몸에 맞춰서 머리부터 발까지, 일일이 개별 제작하는 제품인데.

몇 백 년 전 사람이라 그런지 체구는 크지 않았고(오히려 작은 분도 있었다),

뽈록 아랫배가 출렁거리는 분은 있었던 걸로.

갑옷은 조각조각 나뉘어 있어서 의외로 움직임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였는데.

도무지 혼자 착용할 수 없어 입고 벗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빅토리아 시대 귀족들이 옷을 입는 콘텐츠를 봐도 마찬가지다.

속옷부터 마지막 겉옷까지,

더해서 온몸에 두르는 보석과 머리 손질까지.

도대체 몸에다 옷감을 몇 겹이나 걸치는지.

하녀 또는 하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입고, 벗고, 또 입고. 하루에 여러 번 상황에 맞게 옷을 갈아입었다고 한다.

그렇게 입고 걸치는 옷과 장신구는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이 있었고.

유행에 뒤질세라 안간힘을 쓰며 살았단다.

차림새로 신분을 구별하는 시대였던 것이다.

길지 않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옷을 입고, 벗는 데 썼으니.

아이고,

부질없다.



옷차림도 그렇고 생활 전반에 허례가 실속으로 바뀌어 온 듯하여 다행스럽다.

옛날 사람이라고 모두 귀족처럼 칭칭 둘르고 살 지는 않았을 테지만.

가난해도 치렁치렁 긴 옷을 거추장스럽게 질질 끌면서

먹고, 자고, 일하는, 그 불편한 생활을 해내야 했으니.


외모와 몸에 두르는 물품이 정체성이 되는 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간소하고 편하며 기능적인 옷차림으로 살아가는 시대여서 참 다행이다.

21세기,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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