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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25. 2022

쓰레기가 가는 곳

책을 기록함

<서른 살 매립지 이야기>, 신창현 외 42인 공저, 연두에디션,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면서 어쩌다 한 번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해한다.

마찬가지로 수돗물에 관해서도,

하수도에 관해서도,

전기, 교통, 식량과 물류에 관해서도

괜찮은 걸까?, 의문갖기는 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와글와글 하다가

매일매일 터지는 또 다른 문제에 휩쓸려버리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대도시에는 필요한 것들도 많고,

해야 하는 뒤처리도 다.

일정만 면적에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현대 도시의 문제들은 절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차원이 아니.


이 책은 1992년부터 수도권 쓰레기를 받아내게 된 <수도권매립지> 30년짧은 글들을 모 책이다.

일목요연하게 매립지의 변천사를 써내려 간 책이 아니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직원과 주민, 언론인과 학자 등 관련자들이 회상하는 지난 30년 시간을 담은 토막글들이다.

읽다 보면 서서히 30년의 시간을 알게 되고,

우리가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을 처리하느라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통받고 애쓰면서 살아오셨는지 알게 된다.



원래 이런 땅이었다.

쓰레기가 쌓이게 된 곳은 말이다.


매립지가 들어오기 전 이곳은 주로 농사와 어업에 종사하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황혼에 물든 바다, 밀물을 따라 생선 가득 돛단배가 줄을 이어 포구로 향하던 모습, 썰물에 드러난 넓은 갯벌과 갯골에서 수건을 동여매고 게와 조개를 잡는 어머니들의 분주한 손길, 하얗게 피어나는 소금밭에서 수차를 돌리는 염부의 검게 그을린 등과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논 갈고 김매던 부모님 모습은 내 유년 시절의 아련한 풍경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은 간척사업으로 평화와 생계를 잃게 되고.

농경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게 된 주민들 앞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30여 년 전 기억 속 고향 마을은 요란한 굉음에 휩싸였다. 바다를 메워 농경지로 만들겠다는 건설회사의 중장비로 인해 갯벌과 소금밭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애타게 기다리던 농지 분배의 기대는 쓰레기매립장이 생긴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문에 물거품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놀란 주민들은 반대하고 저항하지만,

주민들의 삶에 대한  대책 없이 매립지는 운영을 시작한다.

군부독재시대.

주민들의 삶은 지옥으로 변한다.


매립장 설치를 막기 위한 주민들의 저항은 역부족이었다. 1992년부터 마구잡이로 쌓여가는 쓰레기 더미에서 들끓는 파리와 모기떼, 듣도 보도 못한 침출수라는 썩은 물이 풍기는 악취에 주민들은 몸서리쳤다. 결국 우리 힘으로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각오로 검단주민대책위를 선두로 경서동대책위, 백석동대책위, 검암동대책위 등 주민 감시 조직을 결성했다.

(226, 227, 228쪽,

지역주민 정동원, "도심 속 생태공원의 꿈")


주민들에게처럼 직원들에게도 대책이란 게 없었다.

지독한 악취는 씻어도 사라지지 않아 아예 몸에 배고.

기승을 부리는 왕파리 떼는 음식에서도 튀어나왔다.

저수조의 침출수 깊이를 재는 측량도구가 없어서 직원들은 쓰레기에서 주은 헝겊을 이어 돌멩이를 매달아 만든 엉터리 자로 침출수 깊이를 재다가 빠져서 죽음의 선을 넘나들고.

연구실에서 독성을 측정하면서 연구원 안전에는 무감각했다.

바닷가 끄트머리에 있는 직장까지 주야간 출퇴근 하는 직원들에게 마땅한 배려도 물론 없었다.



그 모든 고난을 딛고 서로 협력하고 연구하고 애쓴 30년은,

상전벽해를 이룬 세월이었다.

쓰레기 유입에 관한 기준도 정립하고 종량제와 분리수거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였으며.

주민들이 운영에 참가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

이제는 쓰레기와 침출수를 과학적으로 처리하여 재활용 자원을 얻어내고.

매립지 위에 생태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의 여가활동 장이 되는 멋진 장소가 되었지만.


매립지 면적은 한계가 있고.

더 이상 매립지를 만들 수도 없다.

매립종료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환경 전문기자인 조홍섭 기자는 글에서,

‘31층 높이의 서울 삼일빌딩을 3250개나 묻을 수 있을 정도로 광활한 면적…(234쪽),

이라는,

매립지 출범 당시의 일간지 기사 제목을 인용하면서.

환경 문제가 심각했던 1990년대 초 우리 사회를 소개하고.

매립지 운영 이후 발생한 문제들과 싸워온 악전고투의 시간을 회상한다.


쓰레기를 먼 바닷가가 아닌 자기 동네나 집 앞에 쌓아 둔다면 -과연 우리가 그렇게 쉽게 쓰레기를 만들고 버릴 수 있을지,

질문하면서.


수도권매립지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소비와 쓰레기 문제를 성찰하도록 이끄는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 시민들이 매립지에 와서 자기가 버린 쓰레기의 처리 정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그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알아야 한다.      

(241, 242쪽)

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환경학자인 김정욱 교수는 우리가,

몸무게의 수천 배에 달하는 자원을 쓰레기로 버리면서 살고 있다. 지구는 이를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원순환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248쪽), 고 밝히면서.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에서 만족하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과,

자원은 절대 무한하지 않으므로 자원의 순환과 재활용으로 경제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이 문제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생산과 발전과 팽창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저질러 놓은 것들,

망가뜨린 것들을 수습할 시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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