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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17. 2023

현대의 유목민

끄적끄적

풍경을 담은 콘텐츠를 즐겨보다 보니 자연히 여행자들 콘텐츠들로 이어진다.

유튜브 안에는 정말 많은 여행자들이 있고,

기약 없이 장기여행 중인 여행자들도 많더라.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는 여행자라도 언젠가는 집에 돌아가 정착할 테고.

여행 중일뿐, 고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여행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부모의 집이라든가,

짐을 두고 온 자신의 집이 있다거나.

예전에 읽은 여행서의 주인공은 시골에 있는 언니 집에 자신의 소유물을 맡기고 길게 여행을 떠났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세상이 연결되었다지만,

여행 비용을 꺼내 쓸 은행 계좌나 신분을 증명할 여권에는 주소가 필요하므로,

사회에 속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훌훌 모든 것을 내버리고 몸만 빠져나올 수는 없다.



그러니까 현대에는 순수한 유목민이 존재할 수가 없다.

예전 오직 자연환경에 의지하여 동물들과 가재도구를 모두 이끌고,

별을 따라 평생을 이동했던 유목민들의 자유로움 또는 막막함 이제 없다.

옛날에 유목민들이 떠돌아다니는 원인이 되었던 목축업은,

아직 남아 있다 해도,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 안에서,

자녀 교육과 시장 가격과 현대 기술의 혜택 염두에 두는,

계절 따라 유목하는 일시적인 이동다.


반면에 옛날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의 평생을 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이제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해외여행을 다니고.

이사는 자유로우며,

유학이나 직장 문제로 이동을 한다.



그래, 맞다.

나는 일을 따라 또는 외국인과 결혼하여 다른 나라에 살게 되는 경우가 현대의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 발령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 해외에서 살면서 일하는 것 말고,

일자리를 찾아서 낯선 외국에 가게 되는 경우 보호막 없이 혼자 이방인으로 타지에 똑 떨어지는 거다.

그곳 문화에도 적응해야 하고,

언어는 부족하며,

시대를 공감하는 추억도 갖지 않은 상태에서 현지인들과 소통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밥벌이를 두고 그곳 사람들과 다퉈야 한다.


애정을 키울 만한 시간도 없이 서둘러 결혼해 한국에 온 다른 나라 출신 신부들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낯선 문화와 가치관 속에서,

심지어는 가장 내밀한 특정 가정에 불리한 지위로 혼자 툭 떨어져서는,

고군분투 아이를 낳아 기르고 한국 사람과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외국 출신 신부들의 마음도,

아마 평생 유목민이 아닐까?



일자리를 찾아왔든

결혼으로 인생을 열기 위해 왔든,

난민으로 오게 되었든

이주 1세대들은,

세월이 흘러 타국에 자리 잡고 안정적으로 살아간다 해도,

문득 잠에서 깬 듯,

여기가 어디지?

난 왜 여기 있지?

어리둥절한 순간이 다가와 목놓아 울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둥둥,

대기를 부유하는 영혼.

낯선 곳을 향해 길을 떠나는 유목민들이 인간의 역사에서 늘 인류의 지평넓혀왔다.

개척자들은 고되고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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