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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예산으로 아침밥을

by 기차는 달려가고

예전에 어느 커뮤니티에 다음과 고민 글이 올라왔었다.


1) 월급날까지 열흘 남았는데 돈이 모자람.

2) 아침 식사는 꼭 먹는데 한 끼에 3,000원만 쓸 수 있음.

3) 요리는 할 줄 모르고, 간단한 음식 조리만 가능한 주거 상황에서,

아침에 뭘 먹을까요?, 하는 질문.


다들 자기 일처럼 고심하며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았지만

딱히 이거다, 하는 답은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 직접, 매끼 식사를 만든다면 1인당 하루에 1만 원 예산으로도 한 달 잘 먹을 수 있겠는데.

밥을 사 먹는다면 김밥 한 줄 또는 삼각김밥 두 개를 사기에도 3,000원은 모자라는 액수다.

마침 심심한데 나도 궁리해 볼까?



입맛에 따라 달라지지만

3,000원으로는 분식집 튀김, 길거리 붕어빵과 꽈배기 몇 개 외에는 마땅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것들은 아침에 사기도 어렵다.

젊은 사람이라면 손쉬운 편의점을 찾겠지?

컵라면, 삼각김밥, 구운 계란, 즉석밥, 우유, 빵, 과자, 핫도그 정도에서 한두 개 고를 수 있겠다.

또는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먹으면서 열 번의 아침을 보낼 수도 있지.


그건 싫은데요, 하면 열흘 치 예산 3만 원을 들고 마트나 시장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한꺼번에 열흘 먹을 장을 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쌀은 사야지.

계란을 사서 삶거나 프라이하거나 간장계란밥을 만들거나.

김을 사고 두부를 데치거나 굽거나.

묶음으로 파는 만두를 사거나 냉동피자를 고를 수도 있다.

밥이 아니라면 식사용 빵 또는 떡이나 누룽지를 먹을 수도 있겠고.

잘하면 세일하는 김치를 살 수 있다.

늦은 시간에 반찬가게에서 가격을 낮춰 파는 떨이로 밑반찬을 몇 팩 살 수도 있지.

때가 맞으면 세일하는 레트로트 국 종류나 죽도 있겠네.

여름에는 채소 가격이 비교적 낮으므로 양배추, 당근, 오이, 감자 같은 채소에 옥수수 통조림도 가능하겠고.

겨울이라면 달콤한 고구마가 있다.

고구마에 우유면 식사가 되거든.

평소에 과일은 예산 초과 품목인데 겨울이라면 귤은 살 수 있겠다.


이렇게 직접 장을 봐서 간단한 조리를 더하면 같은 예산으로 음식이 훨씬 다양해지는데.

간장, 기름 같은 양념이나 냄비와 수세미 같은 조리도구가 필요하고.

가스, 전기, 물, 세제 비용이 추가된다.

그러니까 직접 밥 해 먹으려면 기본적인 살림살이가 있거나

초기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만들고 치우는 수고까지 더해지는 건 물론이고.



한 달 내내 아침밥을 집에서 해 먹는다면 9만 원 예산으로 꽤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마트나 온라인으로 행사하는 대용량 식품을 노리면 단조롭지만 저렴하면서 든든하게 아침밥을 먹을 수 있지.

대개들 재래시장은 가격이 싸야 한다고 믿는데,

소매점이 모인 곳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시장이라 해도 요즘은 가게 하나에서 팔 수 있는 분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가 없을 것이다.

무슨무슨 페이 같은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적은 비용으로 잘 먹고살려면 궁리도 필요하고

정보와 전략이 요구되며.

부지런하고 식생활에 진심이어야 한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밥에 의욕을 갖고 한결같이 성실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때로 우리가 삶의 동력을 잃고 무기력해질 때,

그래도 우리를 붙들어주는 힘은 튼튼하게 꾸려가는 일상이라는 틀이니.


밥 잘 먹고 힘내어서,

비상하는 그날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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