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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긴 풍경들
남쪽 여행, 2- 송광사
마음에 남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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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달려가고
Feb 8. 2023
대학교 때 사학과 답사로 송광사에도 갔었다.
'크다', 는 기억으로 남았다.
이달로 내가 대학교 졸업한 지 딱 40년이다.
긴 시간인데
,
음,
바로 엊그제 같은 이 기분은 뭐람.
42년? 쯤의 시간이 흘러 송광사에 다시 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모든 사이즈가 다 커져서인지,
송광사가 그리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
대찰인 건 틀림없으나, 웅장하다거나 위압적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찰이라는 곳은 대부분 커다란 일주문을 들어서면 곧게 뻗은 길이 곧장 대웅전으로 이어져서.
낮은 곳부터 높은 곳까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송광사는 절 입구에서부터 절집에 이르기까지 굽이치는 개울을 따라 올라가느라 길이 둥글게 휘어있다.
그리고 표지 사진은 절의 일주문인데,
규모가 작고 예쁘다.
한껏 공들인, 그러나 낮은 문이다.
이 문을 들어서면 절집의 방향은 완전히 꺾어진다.
그러니까 왼쪽으로 90도를 꺾어서 개울 건너 절집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있다.
건물 배치가 재미있다.
고스란히 지형에 기대어 있다.
주변은 온통 산이다.
평지에 있는 순천 도심에서 산으로 한참을 들어간다.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산들이 첩첩산중이라
산들 사이를 지나는 길은 계속 휘어지고 돌고 또 돌아서.
그렇게 산들 속으로
한참이나 들어가,
아무것도 없는 산과
산속에
송광사가 들어앉아 있다.
깊은 산속이지만 원래도 이곳은 제법 너른 곳이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절은 주변의 산들 중에 가장 낮고 푸근한 둥근 산 아래 자리 잡았다.
대웅전과 그 뒤, 주변에서 가장 낮고 포근한 산 아래.
아직 겨울의 황량한 모습이지만 높은 산에는 이상하게 푸른빛이 감돌고.
지난여름의 화려한 절정을 품은 채 춥고 황폐한 겨울을 견딘 자연은,
곧 폭발할 듯 갑자기 봄을 터뜨릴 기세가 엿보였다.
시침 뚝 떼고 여전히 겨울의 풍경이었지만 말이다.
일주문 안에 담긴 산의 풍경.
실제 보면 정말 아름다워요.
절 마당에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 몇 그루가 있다.
무슨 나무일까?
절집 마당.
흙마당을 매일 정갈하게 빗질한다.
이런 데서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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