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중국음식점이 있다 해서 찾아간 거리였다.
중심가에서 멀지는 않은 곳이었는데 풍경과 사람들이 확 달라졌다.
나는 런던을 좋아했다.
내가 즐겨 읽었던 근대 소설 배경 같은 분위기여서 먼저 끌렸겠지만.
내게 있어 1980년 대의 런던은 cosmopolitan이라는 단어가 딱 떠오르는 도시였다.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다양한 옷차림으로,
제각각의 고유성을 자연스럽게 내보이며 공존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를테면, 인종의 용광로라는 뉴욕에서 나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온 사람들이 뉴욕 화 되어간달까.
출신지의 고유성보다는 뉴욕적인 분위기에 동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지 내 소감이 그랬다는 말이다.
동네는 낡고 허름했다.
이슬람 출신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는 중에,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로 거리는 붐볐다.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좀 낯설기는 했다.
음식은 맛있었다.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는데,
껍질이 부드러운 게를 튀겨서 양념에 볶은 음식이 특히 내 입맛에 맞았다.
손님들이 버글거리는 식당에서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거리를 좀 걸었던 것 같다.
잡화점이 보였고,
마침 필요한 게 있었던 나는 카운터 앞에 늘어선 사람들 뒤로 줄을 섰다.
가게 안에는 국제전화 부스가 여러 칸 있었다.
나무로 만든 칸막이에 헝겊으로 무릎 기장까지 휘장을 친.
한 칸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주 서럽게 우는 여인의 목소리였다.
울음에 섞인 이국의 언어가 간간이 들렸다.
휘장 아래로 검정 차도르가 보였다.
고단한 런던 살이를 고향의 가족에게 하소연하는 것일까?
고향집에 전화했다가 슬픈 소식을 들은 것일까?
여인의 절절한 울음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여인의 사연을 이리저리 상상하면서 몹시 마음이 아렸다.
휘장이 걷히고 눈물 흘린 그대로 얼굴이 붉어진 늙은 여인이 나왔을 때.
나는 다가가 눈을 맞추며 손이라도 꼭 잡아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억누르며.
더는 그렇게 슬프게 울 일이 없기를.
타향살이의 고달픔도,
(만약 있다면) 고향 가족의 어려움도 모두 모두 해결되어
평온한 노년을 보내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심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