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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16. 2023

영국 CTC Walk

끄적끄적

젊어서 여행했을 때도 나름대로 장소에 대한 준비는 했을 것이다.

그래도 준비보다는 기억과 직관적인 느낌이 앞섰던 것 같다.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 속 장소들을 찾아가 그곳이 품은  특유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싶어 했다.


나이가  이제는 먼 거리를 여행할 시간이 많지 않다.

반면에 긴 세월 동안 보고 듣고 읽은 장소가 많으니 가고 싶은 곳은  많아졌.

준비를 충분히 해서 짜임새 있는 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자랄 때 읽은 책들, 그래서 내 안에서 온갖 긍정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책이나 인사들과 관련 있는 장소들을 찾아보고 싶다.

근대기 유럽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나의 성장기를 채워주었던 책 속의 장소들 중 영국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찾아가려 다.

런던에서는 찰스 디킨스나 셜록홈스의 소설 속 자취들을 찾아보겠지.

마르크스가 책을 찾아 읽은 대영도서관에도 다시 가보고.

햄프셔나 배스에서는 제인 오스틴 소설 속 장소들을 상상하겠다.

그렇게 자료를 준비하다가 "CTC Walk"라는 도보여행길을 알게 되었다.


영국 잉글랜드 북부 지역을 동서로 횡단하는 CTC Walk는 세 개의  국립공원이라는 멋진 풍경을 지나가는 300km가 넘는  도보여행길로,

피터 래빗의 작가인 베아트릭스 포터가 살았던 이크 디스트릭트 지역과,

브론테 자매들이 살아갔던 요크셔의 황량한 무어 지역을 지나간다.

산에는 나무들이 자라는 숲인 우리의 풍경과 달리,

그곳은 구릉지대,

소와 양들이 풀 뜯는 너른 초지여서 낮은 풀들 헤더라는  야생화가 자란다.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를 낳은 풍경이다.

멀고 긴 그 길을 내가 다 걸을 리는 없으니.

작가들과 관련된 몇 구간이라도 걷고 싶다.



브론테 자매나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푹 빠졌던 어린 소녀가 할머니가 되어 작가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일은 재미있지 않을까?

가서 꼭 말해야지.

왜!,

폭풍 같은 사랑, 완결한 사랑을 그렇게 멋지게 그려내서,

당신들보다 한참 뒤에 동쪽 나라에서 태어난 어린 소녀에게

비현실적인 애정관을 갖게 하였는가!


기어코 따지고 말테야^^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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