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이었다.
청년이라기엔 나이가 들었지만 중년으로 보이지는 않는, 말끔한 차림새의 아직은 젊어 보이는 남자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고래고래 욕설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누군가를 저주하는 듯 증오심을 드러내는 내용인 것 같았는데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행인들은 슬쩍 곁눈질을 하며 빠르게 걸어가는 방식으로 그 자리를 피했다.
폭력적인 행동은 없어 다행이다, 했다가.
저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울해졌다.
2) 광화문에서 시청,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지역에서
하느님을 부르짖거나,
빨갱이들을 전멸시키자고 절규하는 마이크 패거리들이 극성을 부린다.
원래도 있었는데 작년부터 그 숫자와 강도가 폭증하는 느낌이다.
"하나님은 행위를 묻지 않고 믿음만 보고 심판하신다"는,
별 해괴한 소리가 들리더라.
하도 소리가 커서 지나다 보면 몇 마디씩 들리는데 피해망상증이거나 허무맹랑한 소리들이다.
외로움에 뇌 회로가 고장 난 듯.
3) 오늘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소독기에 넣고 기다리고 있는데,
순하게 생긴 중년여성분이 내게 다가오더니.
"왜 허리에 팔 올리고 나를 쳐다보는 거예요?"
따지는 거였다.
"제가요? 그런 적 없는데요."
"내가 마음 상했잖아요!"
음,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하고 말았네.
그분이 돌아간 뒤에 보니 내가 지나간 적도 없는 곳에 앉아있더라.
왜 그랬을까?
일시적으로 또는 회복불가능으로 마음을 다치고 정신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지만,
요 근래에 길에 나오는 빈도가 폭증하는 것 같다.
권력자들이 미쳐 돌아가니까 방구석 이상자들이 춤추며 뛰어나오는지.
어쩜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