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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15. 2023

무서워진다

끄적끄적

1) 며칠 전이었다.

청년이라기엔 나이가 들었지만 중년으로 보이지는 않는, 말끔한 차림새의 아직은 젊어 보이는 남자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고래고래 욕설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누군가를 저주하는 듯 증오심을 드러내는 내용인 것 같았는데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행인들은 슬쩍 곁눈질을 하며 빠르게 걸어가는 방식으로 그 자리를 피했다.

폭력적인 행동은 없어 다행이다, 했다가.

저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울해졌다.



2) 광화문에서 시청,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지역에서

하느님을 부르짖거나,

빨갱이들을 전멸시키자고 절규하는 마이크 패거리들이 극성을 부린다.

원래도 있었는데 작년부터 그 숫자와 강도가 폭증하는 느낌이다.

"하나님은 행위를 묻지 않고 믿음만 보고 심판하신다"는,

별 해괴한 소리가 들리더라.

하도 소리가 커서 지나다 보면 몇 마디씩 들리는데 피해망상증이거나 허무맹랑한 소리들이다.

외로움에 뇌 회로가 고장 난 듯.



3) 오늘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소독기에 넣고 기다리고 있는데,

순하게 생긴 중년여성분이 내게 다가오더니.

"왜 허리에 팔 올리고 나를 쳐다보는 거예요?"

따지는 거였다.

"제가요? 그런 적 없는데요."

"내가 마음 상했잖아요!"

음,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하고 말았네.

그분이 돌아간 뒤에 보니 내가 지나간 적도 없는 곳에 앉아있더라.

왜 그랬을까?



일시적으로 또는 회복불가능으로 마음을 다치고 정신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지만,

요 근래에 길에 나오는 빈도가 폭증하는 것 같다.

권력자들이 미쳐 돌아가니까 방구석 이상자들이 춤추며 뛰어나오는지.


어쩜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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