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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20. 2023

인간적인 성숙함

끄적끄적

찰스 디킨스의 소설 <황폐한 집>을 읽고 있다.

소설의 분량이 엄청나고.

등장인물들은 많고 다양하다.

이렇게 제각각의 배경과 성격을 가진 그 많은 인물들을 한  무대에 올려서,

씨줄, 날줄로 복합적인 사건들을 엮어가면서,

겹겹이 얽히고설킨 인간사를 세세히 그려내는 작가의 역량은 정말 탁월하다.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인 <황폐한 집>은 작가 나이 40세 언저리에 발표되었는데.

20대에 발표한 <올리버 트위스트>와 비교하면 작품의 구성과 배경은 훨씬 확장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은 확실히 원숙하다.

단, 통통 튀는 에너지와 쉴 새 없이 쏟아지던 익살은 덜하다.

차분해졌거나 기운이 빠졌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이 짙어졌다 할지.

이렇게 작가의 작품들을 다 찾아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과 함께 깊어가는, 달라지는, 관대해지는, 성장하는 작가의 시각과 역량이 느껴진다.



이달 들어 계속 옛날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중이다.

내가 저지른 잘못한 거, 모자란 것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소녀, 인생의 가르침을 받자와 예전보다 훨씬 훌륭해졌답니다'라며 자부심 뿜뿜 했었는데.

훌륭해진 게 아니라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 남들과 부딪칠 일이 없으니,

나의 부족함이 드러날 기회가 없었을 뿐인 거였다.

그러니까 타인과 밀접하게 부대끼면 여전히 가볍고 경솔했던, 예전의 내가 드러나지 않겠는가 싶어서.


우울하다.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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