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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21. 2023

훈훈했던 이야기

끄적끄적

전에 썼다시피 세월이 하 수상하니,

종종 길거리에서 광분하는 사람들과 마주쳐 마음이 피곤해진.

가급적 마주치지 않도록 외출 전에 동선을 짜는 수고를 해야 하다니, 왕짜증.

그런데 얼마 전에 길에서 마음 훈훈한 일이 있었다.



도서관에 가는 중이었다.

(장 보거나 도서관 아니면 외출할 일이 거의 없는 은둔자임.)

기다리다가 신호가 바뀌어 나는 도서관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길 건너 저쪽에서 처자 둘이 뛰어오고 있었다.

차림새를 볼 때 스물 안팎?

옷자락이 휘날리고 어깨에 맨 가방이 앞뒤로 흔들리는데,

가방이 열려있었는지 화장품들이 막 튀어나오는 거였다.

그런데 본인들은 그걸 모르고 그냥 횡단보도로 돌진.

순식간에 나와 엇갈려서 나는 어, 어 하고 있는데.


내가 횡단보도 시작점에 널려있는 처자들의 화장품 조각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 때.

근처에 함께 있던 세 명의 언니들은

"아이, 저 애기들 어쩌니",  하면서.

두 사람은 여기저기 흩어진 화장품 조각들을 줍고,

한 사람은 "저기요, 저기요!" 두 처자가 뒤돌아볼 때까지 목청껏 불러서.

결국 소리 나는 쪽으로 몸을 돌린 두 처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뛰어오는 장면에서 나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설명은 길지만 사건은 모두 횡단보도 신호등이 켜진 중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자기들도 애기들이더구먼,

어린 처자들이 나중에 사라져 버린 화장품을 찾으며 속상해하지 않도록.

길바닥에 널린 화장품 조각들을 일일이 주워서 돌려주는 몇 살 위 언니들의 마음씨가 참 예뻐 보였다.

낯선 이로부터 보살핌을 받은 처자들도 기분 좋고.

바라보기만 하던 이 시민도 마음이 따뜻해졌으며.

직접 행동한 세 명의 처자 역시 기쁜 마음이었으리라.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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