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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23. 2023

인간에 대한 기대

책을 기록함

<황폐한 집>,


찰스 디킨스 지음, 정태륭 옮김, 동서문화사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은 분량이 많아도 쉽게 읽힌다.

만담처럼 그려지는 다양한 성격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사회 비판에 권선징악까지 더해져 소설은 흡인력이 있다.


이번에 <황폐한 집>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등장인물들을 메모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러시아 대하소설만큼이나 많은 인물들을 만나게 됨.

이름이라도 어렵지 않아 다행이랄까.



가의 소설에는 부모 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들과,

사려 깊고 인정 있는 성숙한 어른들이 등장한다.

위험에 놓인 아이들순수하고.

그런 아이들을 성숙하고 선량한 어른들이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물질적으로, 심리적으로 힘껏 돕는다.

힘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고난에 휘둘리던 선함은 행복을 찾고.

의기양양하게 세상에 군림하는 듯 보였던 악함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잘못된 길에 들어선 사람 또는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는 상대까지도 끝까지 사랑하고 보호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작가의 소설들이 단지 대중적이라는 판을 받거나.

동화로 각색되는 이유로 보인다.

비현실적라는 말이겠지.


작가의 초기 작품이라면 모를까,

후기 작품에서 작가과연 이 세상이 권선징악, 인과응보일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보이고.

끝을 모르는 어리석고 악랄한 인간의 비열한 행태 역시 작품마다 충분히 담겨있다.

작가가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몰랐을 리 없고.

단지 재미나 교훈을 위해,

또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성공한 영업 전략이어서

예쁘고 착한 고아들과 한없이 선량한 신사와 지고지순의 사랑을 작품마다 등장시켰을 것 같지는 않다.



작가는 번영하는 런던의 이면,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이며 악랄하고 비열한 사람들의 행태를 낱낱이 그려내고.

썩어빠진 관료사회와 무책임하고 탐욕스러운 엘리트 계층의 절망적인 현실을 고스란히 소설에 담는다.

헛된 것을 따라가는 인간의 어리석은 면모도 지적하지.


그래도 결국 세상을 꾸려가는 주체는 사람이기에,

우리는 인간에 기대를 가져야 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처럼 각자의 현실에서 정의와 선함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하며.

부족하고 허물 많은 사람도 껴안고 사랑하고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설득하는 것이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귀족들의 구체제가 내리막에 들어서고,

산업계층, 군인들이 부상하던 시기였다.

그런 사회적 배경에 영국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 그려져 있으니,

나에게는 이런 부분이 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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