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월요일, 16편, 혼돈의 밥과 고추장떡,
음식에 관한 단상들
새벽에 깨어서 이불속에서 뭉기적 휴대폰만 들고 있다가 배가 고파져서 몸을 일으킨다.
미지근한 보리차 한 잔 들이켜고요.
날이 더워지니까 액상차들을 가격 낮춰 팔길래 유자차를 집어왔거든요,
두 숟가락 듬뿍 떠서 뜨거운 물을 부어 달달하게 홀짝이면서.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다 옥수수 통조림, 사과, 양배추 채,
그리고 비건 마요네즈와 레몬즙을 꺼낸다.
넓은 볼에 비건 마요네즈와 레몬즙을 섞은 뒤.
물기를 털어낸 옥수수 알갱이와 양배추 채, 얇게 저민 사과랑 버무려서 그릇에 담아 먹어주면 끝.
모자라네요, 배 부르지 않군요.
어묵 두 쪽을 꺼내어 끓는 물에 데쳐 먹었음.
점심은 인터넷에서 본 고추장떡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보다 먼저 밥을 해야지.
과일보다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데
나 혼자의 밥상에는 채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손이 많이 가는 채소 반찬을 만들기보다 밥에 채소를 얹기로 꾀를 냈다.
버섯과 무, 당근 같은 여러 채소를 말린 것들(밥에 넣어 먹을 수 있게 작게 잘라 말린 다양한 재료의 키트를 팔아요.)에 콩까지 해서,
혼돈스러운 조합이나 몸에 좋을 테니까, 뭐.
냄비에 불린 쌀을 담고 재료들을 얹어 불을 켠다.
혼돈의 밥이 끓는 동안 부추를 넣어 고추장떡을 만들어봅시다.
고추장떡은 만드는 사람 맘대로인지 레시피마다 차이가 있던데.
내가 처음 만들고 먹어보는 오늘의 고추장떡은,
송송 짧게 썬 부추, 통밀가루, 매운 고추 다진 것, 다시마 우린 물에 고추장만 넣어보기로.
볼에 재료를 모두 넣고 셰킷셰킷, 묽게 반죽을 만들어서는.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한 국자씩 떨어뜨려 작고 도톰하게 지져낸다.
고추장이 달달해서인지 다른 양념 없이 약간 매콤한 여운이 남는 간간한 맛이 되었네.
갓 지진 부침개는 어지간하면 다 맛있지.
그래서 점심 밥상은 혼돈의 밥 한 공기 푸고요.
명란젓 두 쪽 덜어놓고요.
김도 조금 내고.
금방 지져낸 따끈한 부추 고추장떡을 접시에 담았습니다.
혼돈의 밥은 간장과 참기름을 섞었더니 먹을 만해서
김하고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는데,
명란젓까지 더해서 잘 먹었고.
밥으로 배가 불러서 고추장떡은 두 쪽만 먹었음.
저녁에는 남은 고추장떡과 찐 고구마 하나를 먹었다.
탄수화물이 과했나?
설거지하고서 포도를 주구장창 뜯어먹다가 정신이 들어
앗, 이제 그만!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여름,
여행의 계절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여행지들은 우리의 마음을 둥둥 이국으로 불러내어,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는 그리움을 일으킨다.
친환경적으로, 지구 차원에서 도움이 되도록 여행하는 실질적인 정보를 담은 책을 찾았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홀리 터펜 지음, 배지혜 옮김, 한스미디어
여행은 우리에게 배움과 활기를 주고,
견문을 넓히며,
낯선 문화에 접할 수 있는 좋은 여가활동이지만.
동시에 이동 자체만 해도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발생시키며 환경에 해를 끼친다.
종종 유명 관광지에서 현지인들이 무분별하게 몰려드는 관광객에게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감당할 수 없는 관광객들로 놀이공원처럼 되어버린 관광지에는 쓰레기 문제와 생태계 파괴, 주거비용 증가,
물가 상승과 소음, 풍기문란 등으로,
생활 조건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한편 가난한 독재 국가에서는 부패한 권력자들이 그나마 수익성 있는 관광 산업을 장악하여 돈벌이를 틀어쥐고,
그 수입은 독재권력을 유지시키는 원인이자 동력으로 작동한다.
관광 인프라 때문에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또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동안 엄청난 탄소가 배출된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2%가 관광 산업에 의해 발생한다. 패션 산업보다는 책임이 덜하지만 건설 산업보다는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관광 산업의 위협이 크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전 관광 산업의 성장세는 환경에 아주 위협적이었다. (26쪽)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로서는 해외여행에 필수적인 비행기 운항은 여러모로 환경에 큰 부담을 준다.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동안 수증기를 내뿜어 빙은 또는 ‘비행운’을 만든다. 비행운은 지구의 열을 가둬 온도를 높이는데, 일반적인 구름보다 2.7배나 더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반사할 태양광이 없는 상태에서 지구의 열을 가두는 역할만 하게 되는 밤에는 비행운의 영향이 두 배가 된다. (47쪽)
비행기는 탄소 배출량이 무척 많은 지구환경에 해로운 교통수단이고,
국제선 항공기 연료는 세금이 면제된다.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비행기가 받는 특혜를 분담하는 셈이다.
숙박시설의 경우,
건축하거나 시설을 운영하는 데만 해도 에너지 소비가 많고.
더하여 숙박객들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물과 전기 등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비행기 좌석등급이 고급일수록,
대형 숙박시설일수록 에너지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따라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탄소 배출량도 많아진다.
2018년 네이처 자연기후변화 연구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여행 산업의 성장이 제조, 건설, 서비스 산업의 성장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관광 산업은 전 세계 일자리 10개 중 1개를 제공하고 전 세계 GDP의 10%를 책임지지만, 탄소 문제만 놓고 보면 여행 산업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때 가장 덜 효과적인 방법이다. (37, 39쪽)
지속가능한 생활을 하려 할 때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주에 그 방법을 살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