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일상 속 작은 성취가 모여 만든

마음이 지나간 자리 24화

by 전태영

스물 네 번째 감정, 행복

행복은 커다란 기쁨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만족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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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행복을 느낄까.

누군가에게 행복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취일 수도 있고, 눈부신 성공이나 풍요로운 조건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꾸뻬씨의 행복 여행』 속 한 장면은 그런 생각을 조용히 흔든다. 시골에서 채소밭과 닭 몇 마리를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거창한 소망 대신, 매일의 반복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 주는 가족과 땅에서 직접 길러낸 채소, 아침마다 찾아오는 평온을 이야기한다. 그의 말은 단순하지만 깊다.

“시골에선 채소밭과 닭 몇 마리를 갖고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살면서 서로를 지탱해 주거든요.”

그는 말한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고. 집 한 켠의 조용한 공간, 출퇴근 길, 누군가와 나누는 사소한 대화, 자연과 맞닿는 어떤 순간. 화려한 무언가가 없어도,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요즘 나는 그 말을 내 일상에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마지막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요즘, 나는 당구장에 가기 전에 먼저 집안을 한 번 정리한다.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쓸고, 나가기 전 방 안 공기를 한 번 환기시키는 것.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일인데, 요즘은 이 작은 준비가 하루를 시작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집을 정리하고 나서야 마음도 같이 정돈된 기분으로 밖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난 뒤 점심을 먹고 나서 향하는 목적지는 집 앞 당구장이다. 오랜만에 큐대를 잡았을 때는 감각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공을 제대로 맞히는 것조차 쉽지 않아 괜히 다시 시작했나 싶은 날도 있었다. 그런데 며칠, 몇 주가 지나면서 몸이 조금씩 기억해 내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잘 치겠다는 마음보다는, 오늘보다 내일 조금 나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큐대를 잡았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요즘은 하루에 두 판 정도는 이길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누군가 보기엔 아주 사소한 변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그건 요즘의 작은 몰입이고, 작은 성장이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조용한 성취다. 정년을 앞두고 처음 맞는 긴 겨울방학 속에서, 이렇게 하루를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된다.


청소를 마치고 현관문을 닫고 나서는 순간, 당구에 집중하고 있을 때, 집 앞 고수부지를 산책하며 풍경을 바라보고 그 풍경을 사진에 담을 때, 오랜만에 여유롭게 하루 일정을 정리할 때. 잠시나마 다른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에 머무는 시간은 생각보다 큰 힐링이 된다. 그리고 내가 아직도 무언가를 배우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은 ‘이제는 내려올 일만 남았다’는 생각 대신, ‘아직도 자라는 중이다’라는 마음을 만들어 준다.


결국 행복은 이렇게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작은 성취, 작은 몰입, 작은 여유, 작은 감사.

깨끗해진 집을 두고 나서는 발걸음처럼, 당구공이 조금 더 정확히 맞아 들어간 날처럼, 눈에 띄지 않아도 분명히 자라고 있는 순간들. 행복은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평범한 날들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이다. 행복은 지금 내 주위에 있다. 거창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인생의 한복판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조용히 살아낸 바로 그 자리에도.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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