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열 번째 답장
아빠! 벌써 2025년 1월이 다 지나갔어.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게 뭔지 몰랐는데 요즘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게 느껴지는 것 같아.
우리가 지난 한 달을 보내면서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 할 사건도 있었고, 그 안에서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지.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때에 벌어진 엄마의 갑작스러운 사고는 모든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경각심을 주기도 했던 것 같아. 특히 나는 오늘 주어진 우리의 행복이 당연한 게 아님을, 그리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부질없음을 마음 속 깊이 깨닫게 되었어. 말로만 '오늘도 행복하게 보내자' 라고 한 채 쓸데없는 걱정들로 하루를 그냥 버렸을 때도 많았거든.
사고가 있었지만 3박 4일의 제주 가족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 가장 좋았던 건 아빠와 함께 속 시원하게 터놓고 했던 이야기들. 작년 한 해는 아빠의 이동도 있었고, 나의 퇴사 후 프리랜서로서의 첫 제작도 있었는데 그 가운데 시작한 '편지 쓰기 프로젝트'는 가장 큰 도전이었잖아. 편지들 속에서 서로가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도 나누긴 했지만 마음 속에만 꽁꽁 담아둔 솔직한 이야기는 글로 잘 못 썼던 것 같아. 나는 인천, 아빠는 상주에 있으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말 못 할 고민과 걱정들로 솔직함을 제대로 못 꺼낸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눈 앞에 보이진 않지만 전화 너머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 카톡에 담긴 말투들로 막연한 걱정들을 많이 했어. 그냥 아빠는 바빠서 답장을 짧게 한 건데도 나는 '아 오늘 아빠가 기분이 안 좋나? 왜 안 좋지?' 하는 상상의 날개를 마구 펼쳤던 것 같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런 바보같은 걱정들을 했나 싶어. 시간은 다 흘러가고,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은 살아지는건데. 왜 쓸데없는 그런 걱정으로 내 마음을 채웠을까.
어쩌면 아빠도 비슷한 한 해를 보냈을지도 몰라. 당장 오늘 주어진 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만약에'로 채워지는 무수한 걱정들을 했을지도 모르지. 근데 아빠! 정말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지 않아? 난 정말 제주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내 옆에 있는 남편과 동생, 아빠, 엄마가 건강히 옆에 있어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앞으로의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더라.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속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우리 마음 속에 있고, 마음이 강하면 못 할 일도 없다고 생각해! 우리 올 한 해는 좀 더 하루의 행복을 가까이에 두고, 걱정과 불안함은 좀 더 멀리하며 보내보자! 세상에 우리의 이야기도 더 널리 퍼뜨리고!
아빠! 나랑 이렇게 편지 주고받아줘서 너무 고마워. 아빠의 열정을 활활 불타게 할 수 있는 딸이 될게! 2025년도 잘 보내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