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건 결국, 마음입니다

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30

by 전태영

29화를 마무리하고, 이제 마지막 연재인 30화를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그날의 마음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내가 걸어온 교직의 시간 중, 정말로 중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후배 선생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기면 좋을까?”


학생지도, 동료 교사와의 소통, 학부모와의 관계. 교사로 살아오며 겪고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담다 보니, 어느덧 스물아홉 편의 이야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꼭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KakaoTalk_Photo_2025-07-16-20-38-06-2.jpeg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마음,
바로 ‘사람을 품는 마음’에 대하여


그 이야기를 시작하며,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참 좋았던 사연 하나를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날, 아이들이 선물한 향기>

교직 생활을 하며 제 마음속에 가장 깊이 남아 있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10여 년 전, 겨울방학이 시작되던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첫 제자였던 김○○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어요.”

제자들이 찾아온다기에 흔쾌히 약속을 잡았고, 며칠 뒤 마흔을 바라보는 어른이 된 아이들이 제게 왔습니다. 제 첫 담임 시절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모두 성인이 되었고, 그중 세 명은 저처럼 초·중·고 선생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선생님, 그땐 몰랐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많이 챙겨주셨어요.”
그 말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웃기만 했지요. 그날 저는 알았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남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그 아이들이 손에 든 꽃보다 더 고마웠던 건, 저를 기억해준 그 마음이었습니다.


<참외 한 박스에 담긴 마음>

또 하나, 잊지 못할 순간이 있습니다. 몇 해 전, 함께 근무했던 장학사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별건 아니고요. 아버지가 농사지으신 참외예요. 생각나서 보내드려요.”

며칠 뒤, 노랗고 향긋한 참외 한 박스가 학교로 도착했고, 그 위에는 손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함께 근무하던 지난 시절, 선배님께 참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순간 저는 참외보다 그 마음이 더 고마웠습니다. 정성과 진심,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전해온 감사의 마음. 그것이야말로 교직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향기 — 인향(人香)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교직의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지치고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KakaoTalk_Photo_2025-07-16-20-38-06-5.jpeg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마음이 고단해질 때도 있고, 동료와의 관계에서 뜻하지 않게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때로는 학부모의 민원에 마음이 휘청일 때도 있지요. 그럴 때면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는 이유는, 그 무게 속에 담긴 보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치고 힘든 순간이 있어도, 어느 날 아이가 바르게 자라 ‘제자’라는 이름으로 찾아와 고마움을 전할 때, 혹은 학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성장했어요”라고 말해줄 때, 그 순간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위로와 자긍심을 얻게 됩니다.

KakaoTalk_Photo_2025-07-16-20-38-06-6.jpeg 학기 마지막 수업 중 제자가 직접 만들어 준 책갈피

이 길을 걷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처럼 조금 먼저 걸어온 선배도, 수많은 교직 동료들도 함께 걷고 있습니다. 때론 쉬어가도 괜찮고,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함께 걸어가며 우리는 이 길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과중한 업무, 성과 중심의 분위기, 보이지 않는 결과들. 그럴 때마다 제 마음속에 늘 되뇌는 다짐이 있습니다.


나는 사람을 품기 위해 이 길을 걷기로 한 사람이다.


우리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동료의 무게를 함께 나누며, 학부모의 걱정에 귀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그 마음만 잊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교사입니다. 이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한 가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교직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이 아이를 위해, 이 동료를 위해, 이 부모를 위해”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 선택은 언제나 옳은 길이 될 것입니다.


가끔은 외롭고, 억울하고, 지칠지라도 절대로 잊지 마세요.
당신이 품었던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결국 당신을 좋은 교사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요.


이전 29화그 분은 왜 나의 롤모델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