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일상을 붙잡는 법

하루치의 따뜻함 16

by 전태영
<하루치의 따뜻함, 열여섯 번째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퇴직을 앞두고 시작한 작은 기록이 어느덧 열여섯 번째 장에 닿았습니다. 햇살이 잔잔히 스며드는 교실에서 하루를 돌아보듯, 글을 쓰는 이 순간마다 지나온 삶의 장면들이 조용히 마음을 두드립니다. 이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도 작은 쉼이 되고, 잠시 머물고 싶은 날, 따뜻한 문장 하나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하루치의 따뜻함’을 천천히 이어 적어봅니다.

하루 중,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사진'이다. 교실 밖 하늘을 찍다 문득 카메라를 들던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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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스마트폰으로 무심코 셔터를 누르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요즘 사진 느낌 좋더라”라는 말을 건네자,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도 사진작가 흉내쯤은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걷는 일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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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장비도, 특별한 기술도 없다. 그저 손안의 작은 기기로 순간을 포착할 뿐이다. 그러나 그 순간들이 내 마음을 움직이고,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진을 찍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제는 풍경 앞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운전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대화 중에도 눈에 아름다운 장면이 들어오면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른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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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문경새재로 향하던 길. 차창 너머로 펼쳐진 푸른 하늘과 구름 한 조각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나는 결국 졸음쉼터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자 아내의 푸념이 곧장 따라왔다.


“운전하다 말고 굳이 여기까지 들어와서 찍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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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며 셔터를 눌렀다. 급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 하늘은 지금 아니면 담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내는 그 순간의 내 마음보다 ‘굳이 차를 세워 사진을 찍는다’는 행동을 먼저 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어느새 카카오톡 ‘풍경 사진방’에 260장이 넘게 쌓였다. 계절이 다르고, 빛의 각도가 다르고, 하늘의 표정이 다른 순간들이 차곡차곡 모였다. 언젠가 그것들을 엮어 작은 ‘풍경 에세이집’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런 건 찍어 뭐해, 눈으로 보면 되지.”
하지만 나는 안다.


사진 속에는 단지 이미지뿐 아니라,
그때의 바람, 냄새, 감정,
그리고 함께 있었던 사람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든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잠깐만. 이건 꼭 찍어야 해.”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이제는 그 안에 미소가 섞여 있다. 사진 한 장을 위한 멈춤이 언젠가는 우리의 추억을 더 선명하게 해줄 거라는 걸, 아내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많은 사진들 가운데 내가 가장 아끼는 사진은 문경새재에서 찍은 주흘산 풍경이다. 겹겹이 쌓인 산들이 부드럽게 능선을 이루며 하늘과 맞닿아 있는 모습. 웅장함 속의 고요함, 파스텔톤으로 번지는 산세. 그 순간을 담아낸 사진은 단연 ‘나의 인생컷’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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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다. 사물과 사람, 풍경의 내면을 존중하며 담으려는 마음이 생겼다. 인물 사진이라면 눈빛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풍경이라면 그 공간의 공기를 느끼며 셔터를 누른다.


나는 이제 안다.

‘예쁜 사진’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는 것을.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선과 마음이 담긴 사진이 오래 남는다는 것을.

사진작가들이 종종 말한다.
“셔터는 손으로 누르지만,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다.”
그 말이 이제야 실감 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길을 나선다.

하루 한 장, 의미 있는 장면을 담기 위해. 창밖의 풍경, 책상 위의 커피잔, 길가의 나뭇잎, 빛이 머문 벽.

좋은 사진은 기술이 아니라 시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나의 작은 사진 여행은 오늘도 계속된다.
그것은 나의 소확행, 따뜻한 하루의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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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