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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Sep 07. 2017

#16 고양이에게 받는 삶의 위로

가족이란


고양에게 받는 삶의 위로(전문)


나는 다른 많은 인생 선배님들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꽤 다양한 경험을 했다.

단순한 알바부터 일반 회사,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에서 의사결정권자로.

그리고 의도치 않은 퇴사까지 경험하며

사회라는 건 생각보다 차갑고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그 과정 속에 결혼과 마리, 라리의 입양이 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들 덕분에 내가 무너지지 않고

지금 까지 버티며 다음 스텝을 꿈꿀 수 있었던 것 같다.

불과 1년 전 아깽이였던 마리와 라리는

내가 출근할 때면 현관까지 따라 나와

애처로운 눈빛으로 문을 긁었고,

야근으로 찌든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문을 여는 순간 달려 나와 온갖 애교로

내 어깨 위에 켜켜이 쌓인 피로를 녹여냈다.

그게 단순히 밥이나 간식을 원해서였다고 하더라도

정신적 여유가 없었던 나에겐 어둠 속의 촛불처럼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고양이의 위로는 사람의 위로와 조금 다르다.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에둘러 표현하는 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초적이다.

갑작스러운 퇴사를 겪으며 마음속에 단단히

맺혔던 응어리를 얼굴로 드러냈을 때, 슬며시 내 무릎 위로 올라와

걱정스레 쏟아내던 마리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원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와이프의 포옹 한 번과

내 작은 고양이의 위로 한 번에 녹아내리는 과정은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물론 그때의 내 상황이 마리의 행동을 곡해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뜻 모를 그들의 순수함에 사람은 감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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