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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Sep 04. 2017

#15 고양이가 있는 아침

고양이와 아침잠의 상관관계

고양이가 있는 아침(전문)

고양이는 언제나 아름다운 생명체지만 아침의 녀석들은 때론 조금 성가시다.

마리, 라리는 아침이 되면 거칠고 황폐한 야생의 습성에 따라 집사들을 깨운다.

평소 날카롭게 갈아둔 발톱으로 나의 배를 꾹꾹 누르는 마리녀석이 있는가 하면, 인체의 치명적인 급소인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고 이빨을 박아넣으려는 라리놈도 있다.

이들에겐 나나 와이프가 전날 몇시에 잤는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른 저녁에 자건, 새벽에 자건 매일 아침 칼같이 침대 위로 올라와 협박을 한다. 무서운 놈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바는 매우 명확하다.

“밥 내놔라 닝겐”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몸을 뒤척이며 아침의 단잠을 매우 즐기는 편인데, 이 시간이 길어지면 녀석들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다.

바로 똥을 싸는 것. 왜 이게 최후의 수단인지 의아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응당 녀석들의 똥 습관을 알아야 한다. 마리는 똥을 묻지 못한다. 모래가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똥을 덮지 못한다. 일단 똥을 누면 그때부터 화장실 벽을 미친듯이 긁기 시작한다.

이는 잠귀가 예민한 나에겐 정말 참기 힘든 소음이며, 타고난 육식동물인 고양이의 똥냄새는 정말 고약하다.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조금 모자란 마리와 달리 라리는 자신의 똥을 매우 잘 파묻는다. 다만, 거실 바닥에 한 덩어리씩 떨구는 못된 습관이 있다. 그래놓고 지도 당황해서 발로 파묻으려는 걸 보면 천성이 못된 놈은 아니라, 참 혼을 내기도 애매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지만 라리의 항문이 나사가 덜 조여진 건 분명하다.

보통의 고양이들은 자율배식이 가능한데, 강아지와 달리 먹는 양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이다. 하지만 마라리의 경우 어릴때부터 습식사료와 건사료를 섞어 먹이는 바람에 그냥 건사료만 주면 아예 밥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까다로운 입맛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마다 이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평일이나 주말이나 아침 8시만 되면 귀신같이 와서 온갖 애교를 부리는녀석들이 사랑스럽지만 가끔은 늦잠자는 주말 아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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