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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Jul 17. 2017

#2 교감

우리집에 고양이가 산다

집에 돌아왔을때 누군가 나를 반긴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불꺼진 텅빈 집안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건 묘한 안도감을 준다. 부부가되고 또 고양이를 들이면서 가장 좋은 건 집에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먼길을 달려 우리집에 첫발을 내디딘 마리는 개냥이였다. 팍팍한 아침 출근길엔 우려 섞인 눈빛으로 가지말라고 바지에 매달렸고,  야근으로 기신기신 돌아올때면 현관앞 작은 중문 앞에서 초롱초롱하게 나를 반겨 기다렸다. 그 작은 몸짓이 얼마나 마음을 기쁨과 설렘으로 넘실대게 하는지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두달 반을 갓 넘긴, 고작 손바닥 크기의 작은 고양이는 우리집의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실평수 15평의 좁다란 집안을 막 개장한 초대형 놀이공원인것 처럼 모든것을 신기해하며 눈으로, 코로 탐지하고 다녔다. 그러다 지치면 우리 부부가 스위스 신혼여행에서 사온 아끼는 양가죽 양탄자 위에서 늘어지게 자기도 하고 낑낑거리며 나나 와이프의 품에 올라와 안겨있기도 했다. 그럴때면 부서질것처럼 작은 체구와 몸짓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우리 부부는 종종 몸둘바를 몰라했다.


 마리는 손바닥만한 주제에 꽤 높은 침대를 발톱으로 찍고 암벽등반하듯이 올라왔는데, 그렇게 힘들게 올라와선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가슴위로 올라와 잠을 청했다. 1kg이 될까말까한 무게였지만 가슴위에 평생 무언갈 올리고 잘 경험이 없었던 나로선 퍽이나 무겁고 당황스러상황이었다. 자다가 질식하거나 너무 답답해서 잠결에 마리를 옆으로 치우고 누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그런일 없이 마리는 정말 평온하게 나를 깔고뭉갰다. 종종 내가 아닌 와이프 곁에서 잘때있었는데, 그럴때마다 그게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아마 내 가슴 위에서 자는 마리를 보고 와이프도 같은 감정을 느꼈겠지. 갑갑함과 걱정, 동시에 왠지모를 승리감 따위의 감정이 공존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조장한 주인공인 마리는  정작 아무 생각 없어보여 우리 부부의 애간장을 녹였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사람들, 처음보는 공간, 음식, 냄새에도 빠르게 적응한 마리와 우리 부부는 그렇게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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