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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Jul 23. 2017

#3 차라리(1)

마리의 짝을 찾아서

마리가 우리 가족이 되기 며칠 전. 마리와 짝이 될만한 남자 아이를 비슷한 시기에 입양할 계획을 세웠다. 마리는 스코티쉬 폴드종인데, 같은 폴드끼리 교배 할 경우 유전병이 흔하게 나타난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우린 최대한 종이 비슷하면서 유전병의 확률을 피해갈 종을 찾아야했다. 또한 우린 그 흔한 자가용도 없는 뚜벅이 부부였으므로 긴 이동에 고양이가 지치지 않도록 최대한 집에서 짧은 거리의 분양자를 만나는 게 좋았다.  브리티쉬 숏헤어, 스코티쉬 스트레이트 등과 같은 품종으로 범위를 압축한 후 검정색 털을 가진 남아를 입양하기 위해 수시로 고다나 냥이네 카페를 체크하던 끝에 나와 와이프를 한 눈에 반하게 한 녀석을 발견했다. 검정색 배넷털을 가진 스코티쉬 스트레이트. 분양자의 집이 안양이라 서울에서 왕복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가뜩이나 뭔가 결정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우리 부부에게 녀석을 보러가는 건 아무 고민거리도 안되는 일이었고 그 자리에서 분양자와 일정을 잡아버렸다.


그리고 약속 된 토요일 아침. 야근과 수면부족의 딜레마에 탁구공처럼 쉴새 없이 얻어맞는 정신을 가까스로 추스른 채 안양으로 향했다. 처음 맡은 안양의 공기는 불편하고 거칠었다. 옆에서 피곤해하는 와이프와 여름철 아이스크림처럼 자꾸 흘러내리는 눈꺼풀을 신경쓸 여력도 없이 버스는 좌우로 휘청거렸고 과속에 급출발, 급정차를 반복했다.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서 버스의 흔들림에 따라 두개골 속에서 뇌가 중력과 관성을 못이기고 곤죽이 되는 건 아닐까 멍청한 고민을 하던 중 목적지에 도착했다. 길건너 아파트에 당도해 벨을 누르기까지, 기대와 쓸데없는 긴장에 내내 콩닥거렸던것 같다. 잠시의 정적 끝에 아파트 현관이 열리고 리모델링 공사중인듯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그 몇초가 참기 거북하다고 느낄때 쯤 ‘띵’ 하는 반가운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미 반쯤 열려있던 분양자의 집에 조심스럽게 들어서서 간단한 인사를 하며 고양이들이 있는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렇게 들어선 그 방엔 비릿한 냄새와 고양이 카페에서 맡을 수 있는 노린내가 섞여 났다. 슬쩍 인상을 찌부리던 순간 눈에 꼬물꼬물 걸어다니는 아기 고양이들이 들어왔다. 가슴속에서 불꽃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쌓였던 피로, 긴장, 짜증등의 어두운 감정들이 폭죽처럼 터져나가며 정화되는 기분을 느꼈다. 과장됐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때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우리 부부의 모든 신경이 고양이들에게 쏠렸을때, 분양자가 들어와 말을 건넸다. 우리가 보러온 까만 아이는 둘째고, 형제들 중 가장 덩치가 크다고 했다. 마리와 정반대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섯마리 정도 되는 형제들은 하나같이 활발하고 귀여워서 둘째를 보러 왔지만 또 다른 녀석들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다며 와이프와 한담을 나누던 중 그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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