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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Jul 23. 2017

#4 차라리(2)

집사가 고양이를 선택하는가 고양이가 집사를 선택하는가

흔히 ‘집사가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 이아니라 고양이가 집사를 선택한다’고 한다. 이를 우스갯소리로 치부했던 난 마리가 내 무릎에 올라와 앉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그 행동으로 인해 난 원래 마음에 담았던 녀석이 아닌 마리를 선택하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저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고양이를 보러 갔을 때 비슷한 일을 다시 경험한다.


와이프와 헤실헤실 웃으며 아기 고양이들의 귀여움에 빠져있을 때, 내 발 밑에서 왔다 갔다 하던 둘째 녀석이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내 다리를 발톱으로 찍고 등반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다른 녀석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동이었고, 훗날 우리 가족이 된 이후로 한 번도 우리 부부에게 직접적으로 발톱을 꺼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확실히 우리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녀석은 내 다리에 자신의 발톱 자국을 남겨서 우리 가족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믿고있다). 내 성을 딴 우리 부부의 첫째 고양이인 김마리와 와이프의 성을 딴 둘째 고양이인 차라리는 이렇게 한 지붕에 살게 됐다.


마리가 우리 집에 온 지 3일 후 나는 혼자 다시 안양으로 가 라리를 데리고 왔다. 어린 라리가 스트레스받을 것을 고려해 오는 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택시를 탔는데, ‘주사 맞을 때도 한 번도 울지 않았어요. 제가 차를 운전해서 옆에 데리고 다니는 데도 의젓하게 가만히 있었어요’라는 분양자의 말이 무색하게 집으로 가는 한 시간 반 내내 택시에서 애처롭게 울어대는 바람에 굉장히 난처했다. 그때 난 라리가 엄청난 쫄보라는 걸 어렴풋이 눈치챘는데 두툼한 발, 카리스마 있는 검은 털과 달리 울음소리가 기어들어가듯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소심해서 크게 울지도 못하는 라리에게 너무 미안한데다 택시 기사님의 눈치도 보였던 난 집까지 가는 그 시간이 가시방석 같았다. 종종 해대는 기사님의 헛기침에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으신가? 원래 잔기침을 하시는 편인가?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많이 높은가? 중간에 내리라고 하시는 건 아니겠지?’ 온갖 상상을 해대며 휴대폰 시계만 수시로 확인하던 중 드디어 익숙한 동네가 보였고 천신만고 끝에 감옥 같았던 택시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때는 집에 도착했다는 기쁨에 그다음 일어날 당황스러운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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